(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금융위기로 기업들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특히 위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미국 월가의 금융기업들은 구제금융으로 거액의 보너스 잔치를 벌여 여론의 공분을 샀다. 하지만 미국 멕시코만에서 사상 최악의 원유유출 사태를 일으킨 영국 정유사 BP가 전면에 부상하면서 이들에 대한 분노는 사그라들고 있는 모양새다.
CNN머니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BP의 실수 하나 때문에 비난 받아 마땅한 다른 기업들의 악행이 묻혀서는 안 된다며 BP를 제외한 '최고의 혐오기업(most hateable companies)' 톱 10을 선정, 발표했다.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
골드만삭스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관련 혐의가 잇따라 제기되면서 줄소송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골드만삭스가 지난 1분기 33억달러의 순이익을 올리자 여론의 반감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CNN머니는 골드만삭스의 주주나 임직원이라면 여론의 돌팔매질이 이제 막 시작됐을 뿐 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골드만삭스가 '신의 일(God's Work)'을 하려면 변호사부터 구해야 할 것이라고 비꽜다.
로이드 브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말 "은행은 '신의 일'을 하고 있다"며 고액 보수 지급 관행의 정당성을 주장한 바 있다.
AT&T가 서버용량 초과로 '아이폰4'에 대한 사전예약 접수를 중단한다고 써 붙인 안내문 |
실제로 AT&T는 지난달 초 미국 이통사 가운데 처음으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없앴다. 또 최근에는 웹사이트가 해킹돼 10만명이 넘는 아이패드 사용자의 정보가 유출됐다. AT&T는 웹사이트의 문제를 해결했지만 고객정보 유출 사실을 당사자에게 통보하기까지는 일주일이 걸렸다.
AT&T의 서버는 지난달 15일부터 시작된 '아이폰4'의 사전예약 수요도 감당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애플은 공식적으로 사과했지만 AT&T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나이키가 지난 4월 복귀한 타이거 우즈를 주인공으로 찍은 TV 광고 |
나이키는 2003년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코비 브라언트가 성폭행 구설수에 올랐을 때도 그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이지 않았다.
나이키도 냉정한 면모를 보이기는 했다. 2007년 불법투견 혐의로 실형을 살게 된 NFL 스타 마이클 빅을 퇴출시킨 것이다. 하지만 블로거들은 빅의 사례는 나이키가 여자보다 개를 더 아끼는 기업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뿐이라며 나이키를 몰아세우고 있다.
이어 4위에 오른 기업은 미국 최대 의료보험업체 웰포인트.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자회사 앤섬블루크로스가 최근 보험료를 최고 39% 인상한 게 문제가 됐다. 모든 유방암 환자를 상대로 보험료 부정 수급 여부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5위는 여전히 납세자들에게 손을 벌리고 있는 미국 보험사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 6위는 사생활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페이스북이 각각 차지했다.
이어 7위에는 케이블비전, 콤캐스트, 타임워너케이블 등 미국의 3대 케이블사업자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들에 대한 미국 소비자만족지수(ASCI)는 지난 9년 동안 소비재 및 서비스부문에서 가장 낮았다.
이밖에 미국의 양대 국영 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공동 8위), 월마트(9위)와 마이크로소프트(MSㆍ10위)가 순위에 들었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어마어마한 손실, 월마트는 노동착취 의혹, MS는 신제품과 관련한 버그나 호환성, 보안 문제 등이 눈엣가시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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