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카드사업 진출 선언… 카드사 "출혈 경쟁 우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0-07-01 15:27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김유경 고득관 기자) 산업은행과 우정사업본부가 잇따라 신용카드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은행계 카드사들의 분사가 본격화하고 있어 전업계 카드사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신용카드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달아 사업자가 늘어날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이날 출범 10주년 기념식을 갖고 신용카드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날 남궁민 우정사업본부장은 "우체국의 카드사업이 금지돼 있지만 카드사업 진출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카드사업 진출은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도 지난달 23일 신용카드 사업 진출 의사를 밝혔다. 구안숙 부행장은 "개인고객 확보를 위해 신용카드업을 해야 하며 현재 금융당국과 진출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는 은행권 전체 영업점(7402개)의 절반에 이르는 3700개의 전국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산은의 경우 영업망은 적지만 은행·증권 등과 연계한 영업에서 높은 경쟁력을 자랑한다.

기존 카드사업자들도 사업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142개의 영업망을 갖춘 농협중앙회는 수수료 이익 확대를 위해 올해 카드 취급고와 수수료를 각각 40조1000억원, 1조2000억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어윤대 회장을 맞은 KB금융지주도 영업력 강화를 위해 KB카드를 분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우리카드를 4분기 중에 분사해 신한카드·하나SK카드 등과 맞세운다는 방침이다.

금융기관들이 이처럼 카드사업에서 속속 몸집을 키우는 것은 신용카드 사용자가 매년 증가하고, 단말기 등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일반 수신 상품에 비해 환승이 쉬운 편이라 고객 유치 효과가 크고, 예금·대출 등 상품 묶어팔기가 용이하다.

현재 금융당국도 이들 사업자의 영역 확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이전까지 국내 카드시장에 비해 사업자 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으나, 현재는 추가 사업자나 겸영은행 등을 크게 터치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다만 당국 간 협의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 구체적으로 결정내린 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카드사들은 산은과 우체국예금의 카드사업 진출이 큰 파괴력을 보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기관의 높은 신뢰도 덕분에 자금 조달에 유리한 면이 있지만 일차적 마케팅 대상인 거래 고객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드사업에 뛰어드는 금융기관이 많아질수록 경쟁의 강도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모금융기관의 안정성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은행계 카드사들은 주 조달원인 채권 금리가 낮게 형성돼 원가를 낮출 수 있고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며 "영업채널면에서 전국의 영업점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은행계 카드사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산은이나 우체국예금은 KB카드, 우리카드에 비해 지점수나 거래고객수가 현저히 적기 때문에 초기에 사업을 확장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카드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겠다기보다 개인 금융 확대를 위해 구색을 갖추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대란 시기에 카드사가 9개에 달해 구조적으로 과당 경쟁이 벌어질 수 밖에 없었다"며 "과거처럼 난립하는 구조가 되면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당국에서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ykkim@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