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상대성 이론으로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열어준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생각에 잠기기에는 미래가 현실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이유에서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기는 경영환경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일부 기업인들은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아예 눈을 감아버린 모습이다.
하지만 불확실성에 무릎 꿇은 결과는 뻔하다. 기업사에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 망한 기업들의 사례가 차고 넘친다. 가까운 예로 음반업계와 필름업계는 '디지털'의 잠재력을 무시했다 큰 코 다친 경우다.
반면 업계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가 지각변동의 조짐을 눈치챈 기업은 비즈니스의 승자는 물론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는 '트렌드세터(trend setter)'가 될 수 있다. 아이팟이라는 신제품으로 쓰러져가던 애플을 되살린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라는 히트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디지털 혁명가로 추앙받고 있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가 내는 경영저널 '맥킨지쿼털리'는 최근 뉴밀레니엄의 새로운 10년을 맞이하는 올해 주목해야 할 5가지 트렌드를 소개했다.
맥킨지는 우선 글로벌시장의 재균형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경제 위기 속에서도 중국, 인도, 남미 등 신흥시장은 내수를 키우며 선전하고 있다. 새천년의 새로운 10년을 여는 2010년은 200년만에 처음으로 세계 경제에 대한 신흥시장의 기여도가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보다 높아지는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맥킨지는 전망했다. 신흥시장이 주도하는 성장은 새롭게 등장한 중산층 소비자들이 주도하며 기업의 경영방식에도 큰 변화를 일으킬 전망이다. 맥킨지는 변화의 바람을 타려면 제품 설계부터 시장 인프라, 가치사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혁신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번째로 기업의 리더들은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다. 특히 선진국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 동력을 찾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구권 국가들의 경우 기발하고 극적인 혁신 동력을 찾아 생산성을 높여야만 새로운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맥킨지는 지적했다.
세번째로 주목해야 할 트렌드는 '글로벌그리드(global grid)'다. 통신망의 발달로 전 세계가 하나의 경제권으로 연결되면서 더 촘촘한 네트워크의 필요성이 대두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본, 실물, 정보, 인력의 흐름이 복잡한 형태로 뻗어 나가면서 이미 다양한 요소들을 잇는 연결망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대륙, 사회집단, 경제권을 아우르는 이 연결망은 언제 어디서든 대규모의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맥킨지는 전망했다. 이러한 확장적 개념의 글로벌그리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물론 혁신을 가속화할 것이다. 또 변동성 주기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어 변화하지 않고는 생존하기 힘들 것이라고 맥킨지는 내다봤다.
네번째는 지구에 대한 가격표. 제한된 자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공급망이 위축되면서 자원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호주정부는 철광석, 석탄 등 천연자원에 대한 자원세를 도입했다. 이로써 내년 7월부터 철광석과 석탄 개발수익에 30%, 석유와 가스 개발수익에 40%의 세금이 부과된다. 환경보호에 대한 사회적 태도 역시 크게 바뀌고 있다. 지난해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당사국 총회는 환경문제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따라서 글로벌 비즈니스업계는 제한된 지구 자원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환경 규제당국의 정책에 촉각을 곤두 세울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국경의 의미가 희석되는 '시장국가'의 탄생이다. 현재 국가 경제는 한 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끄는 동력을 찾는 동시에 적절한 사회안전망을 제공해야 하는 모순적인 요구에 직면해 있다. 각국 정부에 그 어느 때보다 심한 압력이 가해지고 있으며 글로벌화로 그 압박의 수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맥킨지는 지구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조그만 정부가 점점 더 하나로 묶어지고 있는 거대한 세계 경제를 관할하기가 어렵게 됐다며 시장이 지배하는 진정한 의미의 시장국가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맥킨지는 이러한 트렌드를 메시아처럼 예언하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세계의 출현을 이끄는 동력이 감지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며 21세기 기업운영 방식은 20세기보다 더욱 복잡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복잡성이 심화할 수록 기회는 가까이 다가온다며 기업의 리더들은 주주, 기업 규제, 위험요소 등에 대해 더욱 집중해야 하며 고객들이 어떤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으로 어떻게 반응하는 지를 자세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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