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1. 5일 서울 상암동의 한 특수촬영 스튜디오에서는 3D의 화면과 함께 벤츠의 새 슈퍼 스포츠카 뉴 SLS AMG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본 모델이 2억6000만원인 이 차량은 최고의 퍼포먼스를 자랑하고 첨단 안전 사양이 탑재됐다.
#2. 같은 날 벤츠 S600 차량의 급발진 추정 사고를 겪은 A 온라인 교육방송사 대표 신 씨(서울 도곡동)는 기자와의 통화를 통해 “회사 측은 ‘(조사 결과) 자사 차량은 급발진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급발진 추정 사고로 파손된 신 씨의 벤츠 S600 차량. |
그는 지난달 8일 이를 벤츠코리아 본사에 신고했다. 하지만 국내 판매법인 벤츠코리아는 “서비스센터에 검사를 의뢰하라”고 했고, 서비스 네트워크인 더 클래스 효성은 “급발진 관련 사항은 본사와 얘기해야 한다”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다.
그리고 조사 후 3주 만인 지난 2일 회사는 신 씨에게 “차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답했다. 현장 검증도 없었다.
신 씨는 현재 서비스센터에 입고된 차량의 수리비 견적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 같은 사례와 같이 수입차, 특히 고가 브랜드는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문제 발생시에는 고객 감동경영 대신 책임 회피가 더 우선시 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하랄트 베렌트 벤츠코리아 대표이사는 이번 사례에 대해 “벤츠 차량은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시스템(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시 엑셀 페달이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이 장착돼 급발진 문제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 급발진 논란은 그 원인이 안 밝혀졌을 뿐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난 2008년 벤츠 E220 차주의 급발진 추정 사고에 대해 법원은 지난 11월 1심에서 소비자의 편을 들어 주기도 했다. 현재 이 건은 사측의 항소로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또 지난해에도 2건, 올해도 최소 1건 이상의 신고가 국토부 및 소비자원에 접수돼 있다.
병행수입 차량이어서 차량 정보를 알 수 없고,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사측의 말도 반드시 맞다고 할 수 없다. 물론 ‘고객 감동경영’과도 거리가 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큰 틀에서 보면 병행수입 차량도 결함이 있을 시 공식 딜러가 처리하는 게 맞다”며 “하지만 현재 대부분 기업이 병행수입 제품에 대해서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올 초 도요타가 브레이크 리콜을 병행수입 차량에도 적용한 게 정착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고로 1개월째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신 씨는 “고가의 브랜드란 점을 믿고 샀는데 정작 문제가 발생하자 하소연할 곳이 없어 답답한 심경”이라며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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