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올 상반기 일본 기업들은 활발한 해외기업 사냥으로 주가 상승을 꾀한 반면 한국은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시장에서 조용했다.
6일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상반기 일본 기업이 관련된 M&A는 금액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증가한 4조2351억 엔(약 59조원)을 기록했다. 전 세계 M&A 규모는 8729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8917억 달러에 비해 2% 감소했다.
상반기 일본 기업 간 M&A 규모는 2조엔으로 전년 동기의 2조7000억엔, 지난해 3분기의 5조7000억 엔에 비해 다소 감소했다. 반면 일본 M&A 시장에서 해외(cross-border) 거래 금액은 1조8089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급증했다. M&A 건수도 227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5% 늘었다.
화장품 업체 시세이도에 의한 미국 베어에센셜 인수와 제약업체 아스텔라스의 미 OSI 파마슈티컬즈 인수, 라쿠텐의 미 전자상거래 사이트 운영사 바이닷컴 인수 등 대형 M&A가 시장을 달궜다.
지난 1월 인수를 단행한 시세이도는 연초이후 주가가 7.64% 상승했다. 라쿠텐도 해외악재가 불어 닥친 와중에도 M&A 시점인 지난 5월 21일 이후 이날까지 4.10% 올랐다.
오쿠다 겐타로 노무라증권 투자은행책임자는 “일본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하려는 경우가 급격히 증가하고 문의도 급증하고 있다”며 “금액 대는 다양하지만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 특징으로, 이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주가가 내려 인수 대상 업체의 가치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오쿠다 이사는 또 “작년까지는 자원ㆍ에너지 부문의 M&A가 두드러졌지만 최근에는 기계, 자동차 부품과 같은 제조업 외에 제약, 식료품 업계도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글로벌 해외직접투자가 전반적으로 주춤한 상태다. 아직까지도 한국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는 직접 새롭게 생산라인을 만드는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 동안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M&A 시장에서 뚜렷한 성공 경험을 쌓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풀이된다.
김형주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본, 중국, 인도 등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의 해외직접투자 형태가 M&A를 통한 지분 확보나 합작(JointVenture)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를 할 만한 시기가 도래했다”고 분석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기업들의 글로벌 M&A 활성화를 위해 지원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M&A은 하반기에도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프 카플란 뱅크오브아메리카 M&A 전문가는 “금융시장의 변동성 증가로 인해 M&A가 크게 위축됐다”면서 “전략적 투자자들은 주식 및 금융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M&A를 연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렛 올셔 도이체방크 M&A 전문가는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M&A는 갈수록 위축될 것”이라면서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redrap@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