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경진 기자) 이명박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세종시 수정안이 결국 무산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실상 사의를 표명한 정운찬 국무총리의 후임이 누가 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 총리는 지난 3일 북·중·미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 대통령을 독대한 자리에서 직·간접적인 사의표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인사권자인 이 대통령이 총리의 거취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을 유보하면서 '아직 사의표명이 공식화되지 않았다'는 총리실과 사의표명을 기정 사실화하는 청와대 측 사이에 민감한 기류가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원점으로 돌아간 세종시 수정안 말고도 총리실 소속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이 사실로 밝혀져 정치권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는 등 주변여건 때문에 정 총리가 현직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총리실 안팎의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통령 실장에 내정된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이 젊고 참신성을 앞세운 '실무형'인 만큼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후임 총리는 경륜과 화합, 통합의 이미지를 갖춘 인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 실장과 총리의 유형이 반드시 정반대로 갈 수는 없겠지만 상호 보완은 하게 될 것"이란 의견을 밝혔다.
화합형 총리 후보군으로는 지역적으로 호남과 충청도 출신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경우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와 강현욱 전 전북지사와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 등이 거명되고 있다.
또한 영남 출신이지만 정치려과 행정 능력을 갖춘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대단 이사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후보군에 들어있다. 아울러 이석채 KT 회장과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 등도 총리 하마평에 올라 있다.
한편 후임 총리는 정부가 세종시를 포기하는 대신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4대강 사업'에 주력해야 하는 만큼 정 총리보다 더욱 난관이 클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4대강 사업은 정부가 시민사회와 종교계 등 그야말로 모든 국민과 싸우는 형상이기 때문에 당연히 (전임 총리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후임 총리로 화합형 인사가 거론되면서도 실무적으로는 4대강 사업을 원만하게 추진할 수 있는 역량까지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총리의 거취에 대한 결단을 고심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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