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정부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미국산 자동차를 공공기관 사용 차량으로 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미국이 한ㆍ미 간 자동차 무역 불균형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이 구입하는 자동차 조달시장에 미국 업체들을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미국산 자동차를 사주겠다는 것이다.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공공기관들은 구매할 차량을 정할 때 외국산 자동차와 국산차를 차별하지 않고 품질이나 가격을 평가해 결정하고 있다”며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입찰에 응할 경우 구매 조건을 비교해 미국산 자동차도 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조달청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공공기관이 조달청을 통해 자동차를 조달할 때 외국산 자동차 구매 계약을 한 적이 없다”며 “이는 외국산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조달청이 발주한 입찰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에 자동차 시장 추가 개방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 조달시장 개방이 미국의 불만을 무마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한ㆍ미 간 자동차 무역 불균형은 국내 소비자들이 미국산 자동차를 적게 구입한 데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정부 조달시장에서 물꼬를 틀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자동차 조달시장에서 미국산 자동차를 구매해 주는 방식은 한ㆍ미 FTA 협정문을 변경하거나 국내 법을 바꿀 필요가 없어 논란의 소지도 거의 없다.
기획재정부 산하기관인 조달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공공기관이 조달청을 통해 자동차를 구입하는 데 쓴 돈은 7934억원을 옷돈다.
국내 공공기관용 자동차 구매시장의 절반만 미국산 자동차 구입에 사용해도 대략 3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자동차를 살 수 있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가 미국산 자동차를 수입한 금액 1억3900만 달러의 두 배에 이른다.
한편, 한ㆍ미 FTA 협정문에 따르면 미국은 3000cc 초과 자동차는 2.5%의 관세를 한ㆍ미 FTA 발효 3년 후에 철폐해도 되지만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자동차의 관세를 한ㆍ미 FTA 발효 즉시 철폐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관세 외에 국내 자동차 관련 세제도 상당 부분 바꿔야 하지만 미국은 그럴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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