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계신 아주경제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
한국은행이 예상을 뒤엎고 금리 인상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1년 반 가까이 묶어뒀던 금리 족쇄를 ‘전격적’으로 풀어버린 것이다.
우리 경제의 회복 속도를 감안하면 연 2.0%의 초저금리는 당분간 구경하기 힘들 전망이다.
한국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하게 좋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물가 불안과 자산 거품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금리 인상이 필요했을 것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한은이 금리를 서둘러 올렸을 수도 있다.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엿보인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경기 상승세 지속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말한 점에서 후속 금리 인상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사실 금리 인상의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한국경제가 상반기에 7% 넘게 성장하며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있어 출구전략은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수출 증가와 함께 기업의 생산이 늘어나고 민간 소비가 호전되고 있는 점도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 경제기구들이 한국경제의 긴축 필요성을 얘기하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기준금리를 올릴 때가 됐다며 한은의 옆구리를 찔렀다.
이에 장단을 맞추듯 금통위는 금리인상론에 군불을 지펴왔다. 지난 5월 금통위 때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문구에서 '당분간'이라는 말을 뺐다. 이어 6월 금통위에서는 '인플레이션 위험'이라는 단어를 꺼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김 총재가 '전격적인' 금리 인상이라는 보도에 발끈한 것에 수긍 가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갑작스런 금리 인상에 금융시장이 화들짝 놀랐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금리 인상 발표 직후 주가는 오름세에서 하락세로 급하게 방향을 틀었고 국채 가격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한숨 돌리기는 했지만 금융시장이 한은의 ‘깜짝’ 금리 인상 소식에 일순간 비틀거릴 정도의 충격을 받았던 것은 분명하다. 잠잠하던 금융시장이 놀란 토끼처럼 반응했던 것은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한두 달 일찍 단행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을 내다보면서도 그 시기를 8월이나 9월로 예상했다.
어느 면에선 정부도 한은의 예상치 않은 금리 인상 조치로 뒤통수를 맞았다. 기획재정부는 2.4분기 경제 지표를 학인하고 나서 금리에 손을 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터였다.
금융시장은 예상치 못한 충격이나 불확실성이 커졌을 때 예외 없이 혼란에 빠졌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금융시장은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면 크게 흔들렸다.
세계 각국의 금융당국이 새 금융정책을 펼 때 시장의 반응을 살피면서 신중하게 결정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이번 금통위의 전격적인 금리 인상은 아쉬움이 남는다. 시장과 소통의 문을 넓히고 호흡을 같이 하면서 금리 문제를 결정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식물 금통위’라는 비아냥을 들어왔던 금통위가 본때를 보이겠다는 심리를 갖고 있지 않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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