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손고운 기자) 보험사들의 무리한 설계사 영입 전쟁이 업계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지점을 통째로 뺏어오는 경우도 발생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녹십자생명 직원들은 이번주부터 을지로2가에 있는 하나HSBC생명 본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가질 계획이다.
이 회사에서 4년간 영업총괄임원을 지내다 올해 3월 하나HSBC생명의 수장을 맡은 하상기 사장이 공격적인 인력 스카우트로 녹십자생명의 영업 근간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 녹십자 측의 주장이다.
하상기 사장은 녹십자생명 법인영업담당 임원과 부장,차장까지 일괄 라인을 승진시키며 영입했다. 이어 두달도 채 안된 지난 7월 초 현직 지점장 5명과 교육개발팀 및 상품개발팀 직원을 또 다시 영입했다.
녹십자생명 노사협의회 관계자는 "최근 영업본부장 1명과 지점장 5명을 스카우트했는데 현장 영업간부가 70명밖에 안 되는 회사에서 이는 치명적인 타격"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앞으로 일선 설계사들까지 대거 영입하면 녹십자의 영업 조직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이들은 우려했다.
이에 대해 하나HSBC 관계자는 "지금의 처지에 만족하고 있었다면 그 회사를 떠나려고 하겠느냐"며 "설계사들이 회사를 옮긴다면 이는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에는 한 보험사가 다른 보험사의 지점 인력을 통째로 스카우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메트라이프생명이 ING생명 대전지역 지점의 인력 80여명을 한꺼번에 데려가면서 ING생명 측이 강력하게 반발한 것.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지점 인력을 몽땅 데려가면 해당 보험사의 지역 영업망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상대회사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력 경쟁이 과열 양상을 빚고 있는 것은 보험 판매에서 설계사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설계사들의 이탈은 영업조직과 고객들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설계사의 장기 근속률을 높이고 업체 간 과당경쟁을 자제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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