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잃은 대형사업 下] 자금조달 실패... 120조 공모형 PF사업 좌초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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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7-1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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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계, 미분양.PF부실 악순환.. 2차 건설위기 우려 인천 복합개발.고양 한류우드 등 토지매각 계약 해지 전문가 "참여자 리스크 분담.. 제3 조정기구 설립 시급"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 인천대 이전 부지에 복합개발사업으로 추진해온 인천 도화지구 프로젝트. SK건설 컨소시엄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한 자금조달에 실패함에 따라 400억원이 넘는 자본금만 떼이고 계약 해지됐다. 발주처인 인천도시개발공사는 1조3000억원의 채권발행으로 자금을 조달, 사업을 재추진 중이지만 성공여부는 불투명하다.

# 경기도가 2008년 부지매각대금 5942억원에 복합시설 용지공급 계약을 체결했던 고양시 한류월드 2구역 사업. 프라임개발 메릴린치 등 9개 사가 출자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 일산 프로젝트(주)는 1, 2차 중도금을 내지 못해 지난달 28일 계약이 무효화됐다. 일산프로젝트는 8월까지 4차례에 걸쳐 대금을 분납해야 했지만 전체 부지매각대금 중 10%인 594억원의 계약금만 낸 상태다.

대규모 공모형 PF사업이 잇따라 좌초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는 약 40개 120조원 규모의 PF사업이 비슷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파트 미분양에 이어 PF사업의 잇단 부실이 제2의 건설 위기를 부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인천도화지구 복합개발사업과 고양 한류우드 2구역 사업이 PF를 일으키지 못해 발주처로부터 토지매각계약이 해지된데 이어 판교 알파돔시티, 용산역세권 개발사업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무산 초읽기에 들어갔다.

사업규모 31조원에 달하는 최대 도심개발 사업인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은 현재 PF사업의 어려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땅값 조달 방식 등을 놓고 코레일과 건설투자자인 삼성물산 간의 충돌이 정면대결로 이어지고 있다. 

코레일이 16일까지 용산 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금 조달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지난 12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사업주체 간 이견만 확인했다.

사업 시행을 맡은 특수목적법인(SPC) 드림허브는 코레일에 납부할 토지대금 중 계약금 일부와 2차 중도금 7000억원 정도를 미납한 상태다. 또 내년까지 필요한 자금은 2조원이다. 코레일은 16일까지 자금조달 계획서를 내지 못할 경우 사업중단이 불가피하다고 못박았다.

롯데건설과 풍성주택 컨소시엄이 진행한 판교 알파돔 시티도 지난 13일까지였던 토지중도금 납부기간을 지키지 못했다. 이달 30일까지도 내지 못할 경우 계약금 2360억원과 사업이행 보증금 2000억원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모두 떼이게 된다.

알파돔시티 사업 토지계약이 취소되고, 사업이 늦어질 경우 성남시가 부담해야 할 초과부담환수금 등이 600억원 이상 늘어나는 등 정부와 판교신도시 입주민 모두 피해를 입게 된다.   
 
◆ 높은 땅값이 발목 잡아

LH 등 발주자가 공개 모집으로 토지를 매각하며, 시행사를 선정한 공모형 PF사업이 좌초위기에 처한 근본적인 이유는 부동산경기 침체다.

하지만 시장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채 개발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발주처와 참여 업체 모두의 실책이 현재의 결과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가장 먼저 높은 토지대금이 발목을 잡았다. 발주처는 더 많은 토지대금을 회수하기 위해 경쟁입찰로 높은 가격을 써내는 사업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업체들도 무조건 사업을 따내고 보자는 식으로 감정평가액의 몇배에 달하는 비용을 입찰가로 써냈다.

실제로 알파돔시티의 경우 낙찰된 토지대금이 감정가의 18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3.3㎡당 감정가는 3300만원이었지만 실제 매각 금액은 5670만원에 이른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도 마찬가지다. 코레일은 3.3㎡당 7400만원씩 모두 8조원을 받고, 2008년 용산역세권개발㈜에 대상 부지를 매각했다. 이후 개발 기대감에 대상부지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보상비도 크게 상승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부동산 침체라는 시장상황과 분양가 상한제라는 규제는 개발 비용을 제대로 뽑아내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를 현실화했다. 더구나 부동산침체로 건설업계가 어려워지자 자금회수를 걱정한 금융권이 PF대출을 꺼리면서 위기가 확산됐다.

공기업들도 책임을 회피하기는 어렵다. 이들은 유사한 내용과 규모의 공모형 PF사업을 잇따라 벌여 공급 과잉을 불렀다. 땅값을 무조건 높게 받기 위해 업체간 경쟁을 유도한 점도 문제다.

◆ 참여자 리스크 분담해야

전문가들은 PF사업 좌초로 인한 부동산·건설시장 파행을 막기 위해서는 참여자들간 리스크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제3의 조정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 13일 '공공·민간 합동형 PF사업의 미래'라는 보고서에서 "공모형 PF사업의 잇단 중단에 따른 파장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업 추진시기와 내용,사업주체간 위험부담 재조정 등을 중재할 수 있는 '제3의 조정기구' 설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 "사업 협약이나 계약을 변경하면 특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며 "각종 사업의 시기와 내용이 비슷해 계획대로 추진된다 해도 부동산 과잉공급에 따른 폐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모형 PF사업을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반 주택용지와 달리 매입 토지비용이 너무 비싼데다 복합개발사업으로 추진해 건축비 부담이 크다는 게 참여 업체들의 주장이다. 

국토해양부도 PF사업 상황 점검에 들어갔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PF사업이 현재 어느 정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등을 면밀히 모니터하고 있으며, 대책마련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토지매각대금 환수에 목매고 있는 발주처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코레일과 LH가 토지매각대금이나 납부기한 연기에 대해 강경한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금융권의 PF대출에 대한 보수적 입장을 설득하기 어려워 아직까지 이렇다할 대책을 만들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js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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