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면수 기자) 주식과 현금 등 200억원 상당을 대학교에 기부해 장학재단을 설립한 사업가에게 140여억 원의 증여세가 부과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5일 수원지법 행정3부(재판장 이준상 부장판사)는 구원장학재단 이사장 황필상씨(63)가 수원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처분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장학재단의 설립 경위를 보면 출연자가 교차로 주식을 아주대에 기부하려는 것이 명백하고 장학재단의 최초 발기인에는 출연자는 관여하지 않은점, 교차로의 나머지 주식 10%도 기부하려했으나 아주대측에서 관리의 어려움을 이유로 난색을 표해 출연하지 못한 점, 출연금 대부분이 장학 사업에 사용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장학재단은 지주회사를 만들어 경제력을 집중하려하거나 경제력을 세습하려고 하는 것으로 볼 수 없어 증여세 부과 처분은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수원교차로 창업자인 황필상씨는 지난 2002년 8월 모교인 아주대학교에 200억 원 상당의 자신의 회사주식 90%과 현금 10억여 원을 기증했다.
황씨는 당초 교차로 주식을 모두 기부하려 했으나 아주대 측이 기업을 운영하는 것에 난색을 표해 10%의 주식을 돌려받고 기업 운영을 계속했다.
아주대는 황씨의 주식과 현금으로 구원장학재단을 설립해 주식의 이익금 등으로 6년간 아주대와 서울대, 한국과학기술대 등 19개 대학, 733명의 학생에게 41억여 원의 장학금 및 연구비를 지원했지만 지난 2008년 3월 이 장학재단에 대한 세무조사가 실시된 후 140억여 원의 증여세가 부과됐다.
당시 수원세무서는 장학재단에 대한 기부라도 현금이 아닌 주식일 경우 '무상증여'에 해당된다"며 자진신고하지 않은데 따른 가산금을 포함, 증여액의 65%에 해당하는 140억여 원의 증여세를 부과하고 주식과 부동산 등 재단 소유의 재산을 압류했다.
이에 구원장학재단측은 수원세무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 황씨는 "기부를 하지 않은 사람보다 기부를 한 사람이 더 불편하고 바보가 된 기분이다"며 "재판에서 승소를 했으니 앞으로 장학재단을 알뜰하게 운영해 장학사업을 잘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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