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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에게 해를 배경으로 우뚝 솟아있는 터키의 성지 블루모스크. 모스크 내부 벽과 기둥은 푸른색 타일로 장식돼 있어, 더욱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
(아주경제 윤용환 기자) 터키의 이스탄불은 동·서양 만나는 길목이다.
역사·문화적 이유뿐만이 아니라 지형적으로도 유럽에 속하는 발칸반도와 아시아에 속하는 소아시아 지역에 걸쳐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도시다. 보스포러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동·서양으로 나눠진 이스탄불. 시공을 초월한 역사와 문명이 공존하고 있는 이스탄불의 첫 인상은 바쁘면서도 여유로워 보였다.
이스탄불은 수도 앙카라보다 세계적으로 더 주목을 받고 있는 도시다. 이스탄불이 이렇게 유명하게 된 데는 역사적 배경도 무시할 수 없다. 2000년의 역사를 지닌 이스탄불은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3대 강국 로마·비잔틴·오스만제국의 수도였다.
현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그 당시의 화려한 문화가 잘 보존돼 있다. 고층빌딩과 자동차 등 문명의 이기 사이로 아직도 고고한 위용을 자랑하는 하기야소피아대성당과 블루모스크, 또 술탄의 화려한 톱카프 궁전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1200만 명의 인구가 바쁜 일상을 보내는 현대적인 도심 속에서 수백 년, 수 천 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옛사람의 흔적을 만나는 기쁨은 이스탄불이 가지고 있는 가장 독특한 매력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비잔틴 양식의 건물인 하기야소피아 대성당(아야 소피아 성당으로도 불림)은 ‘성스러운 지혜’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동로마제국의 유스티아누스 황제에 의해 약 6년 만인 537년 그리스도교 대성당으로 건축됐다. 오스만 제국이 지배하던 시절엔 이슬람 모스크로 이용됐으나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전체 성당의 크기는 세로 82m, 가로 73m, 높이 55m로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돼 있다.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힌다.
건축 양식은 로마제국 시대의 바실리카 위에 둥근 돔을 올려놓은 형태로 건물 옆으로 뾰족한 첨탑이 서 있다. 내부에는 그리스도교의 특징을 보여주는 성모 마리아의 모자이크 벽화에 시간이 지나면서 이슬람 코란의 금박문자, 값비싼 대리석 장식 등이 더해지면서 화합과 조화의 독특한 예술세계로 탈바꿈했다.
이스탄불 또 하나의 자랑 술탄아흐멧 모스크. 우리에게는 블루모스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구시가 중심, 동로마 제국 당시 원형경기장이던 히포드럼 광장에 있다. 블루모스크의 당당한 위용과 푸른색의 아름다운 건축 양식은 한눈에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많은 기독교인들의 성지순례지로 찾고 있는 터키지만 터키인의 대부분은 이슬람교도다. 평상시 기도처로 사용되고 있는 블루모스크는 터키인들이 성지처럼 여기는 곳이다. 직경 27.5m, 높이 43m에 이르는 모스크의 내부 벽과 기둥이 푸른색 타일로 장식돼 블루 모스크라는 별칭이 붙여진 것이다. 돔 내부 260개의 조그만 창은 스테인드글라스로 꾸며져 있다. 이를 통해 들어오는 아름다운 햇살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동로마 제국을 무너뜨린 메흐메트 1세가 완공해 400년간 건재했던 톱카프 궁은 하기야소피아 대성당 뒤편 바닷가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보스포루스 해협과 이스탄불을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나누는 골든혼, 보스포러스 해협과 에게 해를 연결하는 마르마라 해가 만나는 곳이다.
외궁인 비룬과 내궁인 엔데룬, 궁정 여인들의 주거 공간인 하렘으로 구성돼 5만 명이 함께 거주했던 ‘도시 안의 도시’다. 성안은 공원처럼 가꿔져 있고 각 건물은 진귀한 고대 유물로 가득한 박물관이다.
터키는 바쁘다. 여느 여행지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숨을 들이키면 활기찬 도시의 에너지가 가슴 깊숙이 밀려든다. 자동차 경적소리, 바쁜 걸음으로 오가는 사람들, 배고픈 여행객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맛있는 음식 냄새. 이스탄불이 마치 거대하고 건강한 생명체처럼 거친 숨을 내뿜는 듯하다.
홍합 안에 밥알을 넣어 삶은 홍합 밥이나 터키의 상징인 다양한 케밥 등 다양한 길거리 음식도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특히 고등어 케밥을 추천한다.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고등어를 배안에서 구운 다음, 생양파와 고추피클을 곁들어 빵 사이에 끼워주는 고등어 케밥은 비릿할 것이라는 상상과는 달리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도시를 걷다 지치면 거리의 카페에서 진한 터키 커피나 홍차를 즐기는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보스포러스 해협은 이스탄불의 중추신경이다.
이 해협을 중심으로 반은 유럽, 반은 아시아로 나뉜다. 사실 여행객에게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곳’이라는 학술적 정의는 별 의미가 없다.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보스포러스 해협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다. 구수한 길거리 상인들의 입담과 고성을 개조해 만든 호텔,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손맛을 즐기는 낚시꾼들도 심심찮다. 운 좋으면 수면위로 점프하는 돌고래들도 볼 수 있다.
거리에서 만난 터키인들이 추천하는 관광 코스 1위는 보스포러스 해협 보트여행이다.
보스포러스 해협을 둘러보려면 해안을 따라 지그재그로 운항하는 정기여객선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에미뇌뉘에서 배를 타면 유럽지역이든 아시아지역이든 원하는 곳이면 아무 곳에서나 내릴 수 있다. 적당한 왕복 요금에 6시간 운항이니 시도해 볼만한 투어코스다.
배를 타면 처음 눈에 들어오는 건물은 돌마바흐체 궁전이다. 19세기 중엽 술탄 아둘메지트 1세에 의해 건축된 궁전은 유럽 쪽 해안을 따라 600m 가량 길게 뻗어있다. 화려한 파티문화를 즐겼던 돌마바흐체 궁전의 백미는 접견실이다. 접견실 중앙에 달린 56개의 기둥과 750개의 전등으로 만들어진 4.5t의 샹들리에를 본다면 그 화려함에 기가 질릴 정도다.
조류 전시관도 흥미롭다. 여기에 있는 새들은 한 때 이곳에 살던 특권층을 즐겁게 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잡아온 것이라고 한다.
정부 전시관과 다양한 모스크가 있는 일디즈 궁전은 19세기말 압둘하미트에 의해 완공됐다. 거대한 규모와 세련된 건축미를 자랑하는 샬레는 술탄의 호화로운 삶을 잘 보여주고 있다.
교회와 모스크, 유대교회가 수백 년 동안 한데 어울려 있는 예술가의 거리 오르타쾨이와 얽히고설킨 미로 같은 골목길을 메우고 있는 상점가 그랑바자르는 이스탄불과 더욱 친해질 수 있는 곳이다.
happyyh6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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