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전라북도 정읍에서 농사를 짓는 강모씨(74세)는 두달 전 경운기를 타고 오르막길을 오르다 브레이크가 뒤로밀려 핸들에 꺾이는 바람에 갈비뼈 7대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논 농사일이 바쁜 시기라 맘놓고 누워있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다행히도 강씨는 지난해 가입한 농업인안전공제 덕에 치료비의 80%정도를 보상받았다. 아울러 근로자 일당 2만원을 농협에서 받고 있어 농사일에 대한 걱정을 한시름 덜게됐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각종 기계 사용으로 농업의 생산량은 증대됐지만 농업인의 재해율은 일반 근로자들에 비해 3배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농기계 사고와 농작업 관련된 재해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재해를 입은 대부분의 농민들은 적절한 시기에 의료기관을 찾지 못하는 등 심각한 건강상의 위험에 처해 있다. 농업노동으로 인해 재해를 입으면 적절한 보상이 없어서다. 한번 다치면 보장 받을 수 없는 현실이 농업인구 감소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그나마 강모씨 처럼 혜택을 받은 사례는 농협이 제공하는 농업인안전공제에 가입된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에따라 '농업노동재해보험사업'이 시급한 실정이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한나라당 황영철 의원을 포함한 농촌출신 3인의 여야 국회의원(동의 18명, 총 21명)은 전체 농업인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황 의원은 "일반 근로자들은 현장에서 재해를 당하면 산업재해보상보험 혜택을 받고 있지만 농업인은 다르다"며 "국가차원에서 제대로 된 보상제도가 없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농민들이 재해를 당하면 산재보험 수준으로 특례를 줘야한다"며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농업노동재해 자체는 직업병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월급 받고 사는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자영업으로 분류된 이들 중 농업인에게만 산재적용을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또 농업인이 산재에 가입되더라도 재해 확인여부는 누가 할것인지 등 복잡한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
현행 산재보험법의 기본원칙은 정부가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주 대신 일부 보상책임을 해주기 위한 것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만 적용된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농재법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예산도 없고 농민이 자영업자여서 산재에 가입자체가 안된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법안인 만큼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박대식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관련부처가 사회보험 차원에서 얼마나 인정해 줄지 의문이 든다"며 "독특한 보험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 근본적으로 찬성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더구나 "농재법으로 들어가야 할 돈이 몇천억에서 몇조원인데 현실적으로 예산부서에서 얼마나 수용해 줄건지 모르겠다"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보는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현실을 감안, 단기적으로는 농협에서 추진하는 농업인 안전공제, 농기계 종합공제 등에 초점을 맞춰 정부가 이부분 만큼은 과감하게 투자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농업인을 산재보험에 강제적용시키는 국가는 18개국이다. 임의 적용은 4개국, 적용제외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8개국이다.
현재 15세이상 농업 경제 활동인구 135만 여명 중 농업인 안전공제는 약 49%정도가 가입된 상태다. 농기계관련 공제는 2~3% 정도가 가입된 상태. 농업인안전공제에서 보장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6000만원 정도, 올해 7000만원 수준으로 상향됐다. 농식품부는 오는 2014년까지 산재보험보장 수준인 1억원까지 올릴 계획이다.
usese@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