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민선 5기 지방자치시대가 열렸음에도 중앙정부에 대한 각 지자체의 예산의존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지방재정자립도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기도 성남시의 유례없는 지불유예(모라토리엄) 선언은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간 결속력이 약한 우리나라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단면이다.
더욱이 이를 계기로 중앙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경우 국가신용등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남유럽과 같은 재정위기에 봉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19일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등 에 따르면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들의 부채규모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지자체의 모럴해저드(도덕불감증)이 중앙정부의 재정건전성에도 또다른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9년말 현재 지방채무잔액은 25조여원에 달하고 있다. 이는 2008년 대비 6조3000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증가율로는 32.9%에 해당한다. 대 중앙정부 채무잔액을 뺀 순채무만도 2008년보다 2조4000억원(21.6%)이 늘아난 규모다.
중앙 정부 역시 2009년 결산 기준 국가채무는 2008년보다 48조2000억원(16.2%) 증가한 346조1000억원이었지만 채무증가비율만을 보더라도 지방 정부가 중앙 정부보다 5.4%포인트나 컸다. 더욱이 지난해 결산 결과 중앙 정부는 세입확충 및 지출구조조정으로 9조2000억원의 채무가 줄어든 반면 지방정부는 오히려 2조8000억원이 늘어 지방정부의 재무상태가 악화일로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지방채 잔액이 늘어난 것은 일부 자치단체에서 무리한 사회기반시설(SOC) 건설, 호화청사 건립, 낭비성 지역축제ㆍ행사 개최 등 방만한 재정운용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성남시의 사례처럼 각 지자체가 일반회계예산을 불요불급한 사업으로 전용하는 사례가 없는 지 실태파악을 통해 조만간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지 않을 경우 열악한 재정자립도를 이유로 각 지자체의 지방교부세 확충요구 등이 봇물을 이룰 개연성이 있기 때문.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과 달리 지자체 파산제도가 없는 것도 중앙정부의 예산지원만 바라보는 지자체가 늘고 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행안부가 올해부터 지자체의 재정여건을 감안해 지방소비세를 신설,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10%를 나눠주고 지방소득세와 교부세율 상향을 검토하기로 했지만 지자체 입장에서는 이같은 수준으로 현행 재정의존율이 호전되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현재 지방세수로 인건비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시ㆍ군이 절반이 넘는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그러나 내국세의 40%(지방교부세 19.24%포함)를 지방으로 배분하는 상황에서 재정자립도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교부세율을 높여달라는 것은 중앙정부의 재정건전성을 현격히 침해할 수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지방교부세 등 중앙정부로부터의 이전재원 등 재정부족분의 대부분을 메울 수 있는 안전장치가 보장돼 있는 상태에서 지자체의 필수소요 이상의 낭비성 예산편성이 계속될 경우 국가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교부세가 포함된 재정자주도를 최소한 70% 이상을 맞춰주고 있는데, 총론적으로 재정자립도가 낮아서 운영이 어렵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경제 위기 극복과정에서 전 세계가 글로벌 재정건전성이 화두가 되고 있다는 점을 지자체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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