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이 배제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증권의 IT부서를 또다른 자회사 우리금융정보시스템(우리FIS)으로 통합해 지주의 가치를 높일 속셈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2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방안은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인수주체는 하나금융지주로 증권업계는 대등합병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문제는 우리금융이 우리투자증권을 이번 합병에서 배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하나금융이 단독으로 우리금융을 인수할 여력이 없어 유상증자 등으로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인데다 이미 지주 내 하나대투증권이 있어 굳이 우리투자증권까지 인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나대투증권 측이 우리투자증권과의 합병 시너지가 없다고 판단하는 점도 그 근거다.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은 올 2월 "증권사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실적이 좋은 두 회사가 만났다고 해서 무조건 시너지 효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하기도 했다.
따라서 우리금융지주로선 증권의 IT부서를 또다른 자회사 우리FIS로 빼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편이 유리한 상황이다.
지난달 16일 우리투자증권은 경영지원총괄 임원 명의의 내부 문건을 통해 "IT하드웨어 통합운영은 그룹 차원의 전략적 과제로 추진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증권가에선 모기업의 이익을 확대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증권사 IT부서를 그룹 내 계열사로 아웃소싱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삼성증권은 2009 회계연도 당기순이익 2453억원 대비 20.1%에 달하는 493억원을 같은 그룹 계열사인 삼성SDI에 전산운용비로 지출했다.
동양종금증권(동양시스템즈)과 SK증권(SKC&C)ㆍ한화증권(한화S&C)ㆍ키움증권(다우기술)도 순이익 가운데 17.3~39.0%를 전산운용비로 그룹 내 관계사에 지불했다.
반면 우리투자증권은 전산시스템을 자체 운용한 덕분에 전산운용비로 지난해 회계연도 당기순이익의 7.4%만 지출했다.
그러나 향후 우리투자증권 IT부서의 전산 장비 운용 및 관리 부분이 우리FIS로 넘어가면 전산운용비는 급증할 것이란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우리투자증권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현재 IT 관리의 효율성과 시너지 제고를 아웃소싱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여러 증권사들의 사례를 볼 때 이는 오히려 비용을 증가하는 결과만 낳았다"며 "오히려 개발과 운용 파트가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해 장애 발생시 발빠르게 대처할 수 없다는 사실만 증명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우리투자증권 주주들의 피해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투자증권은 지주와 별개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상장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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