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고소득층만 '햇살'…양극화 골 깊다

  • [한국경제 살아나고 있나] 中企 "금융위기때보다 경영환경 악화" 성장률 좋아졌어도 체감 경기는 싸늘

한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의 후폭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빠른 경제회복을 경험했다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갈등의 골은 오히려 깊게 파였다. 우리 경제의 하반기 소비위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쳤던 지난 2008년, 한국의 대표적인 중소기업 밀집지역인 경기도 안산에서 유흥음식점을 운영해온 김모씨(여ㆍ41). 김씨는 금융위기 전 인근 반월ㆍ시화공단에서 여독을 풀러 오는 손님 접대로 새벽에야 퇴근할 수 있었다.

"그래도 그때는 밀려드는 손님맞이에 피곤한 줄도 몰랐어요." 김씨는 매출이 오르면서 인근에 노래방까지 열었다. 그러나 금융위기 여파로 손님이 뚝 끊겨 아예 가게문을 걸어 잠그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매물로 내놓은 가게도 사러 오는 이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경기가 회복됐어도 언제나 그때의 호시절을 다시 맛볼 수 있을지 암담하기만 하다.

안산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인천 남동공단 등에서는 폐업으로 문을 닫는 업체가 속출해 그 지역 근로자들을 상대로 생계를 꾸리는 자영업자들의 주름살은 늘어만 가고 있다.

◆대ㆍ중소 산업간 희비 교차...청년층 고용 '암담'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라 사상 최대의 실적을 발표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상대적 박탈감에 허덕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ㆍ4분기(4~6월) 국내외 사업장을 합한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인 5조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포스코도 2분기 영업이익이 1조8360억원으로 사상 두번째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중소 제조업체의 상황은 다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5월 236개 중소 제조업체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38.6%에 달하는 업체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답했다. 자금을 원활하게 확보할 것 같다는 응답은 11.6%에 그쳤다. 경영환경이 오히려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나빠졌다는 목소리가 크다.

최근 정운찬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중소기업 지원책 강구에 백방으로 열을 올리고 있지만,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졸자를 비롯한 청년층(15~29세) 구직자들은 근무조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이나 공무원 시험 준비에 대거 몰리고 있다. 때문에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오히려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을 정도다.

경기도 군포와 경북 칠곡, 심지어 중국에도 진출해 있는 중견기업 레이젠의 태성길 대표(55)는 고민이다. "금융위기로 성장이 정체되면서 대기업으로의 도약은 멀기만 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중기 구인난과 8%를 웃도는 청년층 실업률은 우리 경제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이승석 안산공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대학 취업담당자들이 요즘 인근 공단 기업등을 견학시키면서 인식 전환에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 수출ㆍ성장률↑ VS 가처분 소득ㆍ소비↓..'무늬만 경기회복'

   
 
 
최근 우리 경제지표를 보면 수출과 내수 등 성장률을 뒷받침하는 지표는 가히 사상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물가도 5개월째 2%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체감경기는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

경제전문가들은 이같은 체감경기 괴리현상은 '기저효과'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는 데 이견이 없다. 지난 2008년 말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침체가 부분적으로 회복됐을 뿐 안정적 성장궤도로까지 진입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연구실장은 "기저효과로 인해 당초 올해 성장률이 분기별로 1%씩 높아지더라도 5% 성장이 가능하다"며 "이를 정상 경기 때와 비교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최근 16개월째 유지돼온 금리를 인상하면서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어 소비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유훈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2일 '하반기 소비둔화 가능성 높다'라는 보고서에서 "급격한 금리인상과 재정지출 삭감은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며 "가계의 예대금리가 1%포인트씩 오르면 순이자부담은 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shkim@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궁걷기대회_기사뷰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