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부동산 시장 고사직전...초급매도 거래없어

   
 
 
(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거짓말처럼 며칠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급매물 문의는 가끔 왔는데, 며칠전부터는 그마저도 사라졌어요." (개포동 K공인중개사 대표)

정부의 부동산거래 활성화 대책 발표가 무산된 후 첫 주말.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침통' 그 자체였다. 그나마 초급매(시세보다 2000만원 이상 빠진 매물)로 나온 물건 조차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부동산 업계가 고사 직전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꽁꽁 얼어붙은 매수세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정부가 부동산거래 활성화 대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하면서 시장엔 불신만 가득하다.

25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1단지내 상가 G공인 관계자는 "4~5일 전 이 아파트 75㎡가 시세보다 3000만원 이상 저렴한 5억9000만원에 거래 됐으나 그 이후로는 문의도 거의 없다"고 전했다. 그는 "재건축 아파트는 실수요보다 투자수요가 몰리는 만큼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단지 59㎡는 일주일 새 1000만원 가량 주저앉으면서 6억6000만~6억7000만원 선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1주일 전까지만 해도 초급매 위주로 거래가 이뤄졌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문의전화가 뚝 끊겼다. K공인 관계자는 "1주일 전 102㎡가 8억6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매매가 뚝 끊겼다"며 "이런 추세대로라면 시간이 지날 수록 가격이 더 떨어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송파구에서도 실망 매물이 나오고 있다. 개포시영 43㎡는 현재 6억6000만~7억원, 56㎡는 8억4000만~9억원 선에 매물이 나와있다. 단지내 K공인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내놓는다고 하자 매물을 거둬들였던 일부 매도자들이 다시 매물을 내놓는 등 실망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일주일 새 1000만원 가량 호가가 하락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지역에 비해 온도차가 더욱 심하다. 인천 청라지구의 경우 상반기부터 전매제한이 해지되면서 3~4개월 만에 분양권 프리미엄은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송도신도시도 대형 평형 아파트의 분양권 가격이 올 초보다 최고 8000만원 가량 하락했다. 

정책에 대한 불신감으로 거래 흐름이 막힌 아파트 시장은 방학특수 마저 사라진 모습이다. 방학특수로 예년 같으면 상승세를 이어갔을 학군지역 아파트값도 약세가 두드러졌다.

조민희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은 "여름 방학철 임에도 강남과 목동 등 주요 학군 지역은 예년과 달리 집값 하락세가 더 깊어졌다"며 "특히 목동이 속한 양천구는 지난주 수도권 전역에서 가장 큰 낙폭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정동 목동신시가지 14단지 125㎡는 4500만원 내린 9억1000만~10억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이남수 신한은행 PB부동산 팀장은 이 같은 시장분위기에 대해 기대치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정부가 부동산거래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다 해도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비율이 극히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세제 완화 부분도 기존 것을 연장하는 방안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적을 것"이라며 "이러한 추세라면 하반기 집값은 더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ye3090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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