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단지내 상가 1층에 밀집돼 있는 부동산중개업소. 기자가 찾은 24일 토요일 오후는 손님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
(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정부도 주택거래를 살리려고 고민했겠지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을 죽이고 있어요.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데 거래가 이뤄지겠어요?"(둔촌동 G공인 관계자)
"입주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예요. 아니 생각해보세요. 기존 집이 팔려야 그 돈으로 잔금을 내고 입주를 할 게 아닙니까. 집이 안 팔리는데 도리가 없잖아요'"(K씨·44·인천 계양동)
얼어붙은 주택시장이 정부의 거래활성화 대책 연기라는 악재에 휘둘리며 더욱 꽁꽁 얼어붙고 있다. 호가가 내리고 오르는 것은 더 이상 관심이 대상이 아니다.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데 호가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전화 벨소리 들어본 적이 언제인지..." = 24일 토요일 오후 찾은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 단지내 상가. 부동산중개업소가 밀집해 있는 1층은 한적함 그 자체였다.
손님이 정말 없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해서 30분 정도 입구에서 지켜봤지만 중개업소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볼 수 없었다.
30분 후 문을 열고 들어간 G공인 관계자는 모처럼 방문객에 반가운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손님이 아니라 기자라는 얘기에 이내 실망스런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지난달 시공사 선정 총회와 지분율 얘기가 나올 때만 해도 매수문의도 꽤 있었다"며 "하지만 대책 발표가 미뤄지면서 뚝 끊겼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또 "둔촌주공에서 거래가 마지막으로 이뤄진 것은 4~5일 전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거래금액은 시세보다 3000만원 싸게 나온 급매물이었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에서 만난 K공인 관계자도 도장을 찍어본지 3개월이 넘었다며 시세(호가)도 내려가고 있지만 전혀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 사무소에 나와 있는 개포시영아파트 공급면적 43㎡(공급면적)는 6억6000만~7억원, 56㎡는 8억4000만~9억원이었다. 1주일 전에 비해 1000만~2000만원 정도 호가가 내려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도시는 불꺼진 도시 = 청약불패 신화를 주도했던 인천 청라지구. 인천 청라는 입주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할 시기이지만 이사하는 모습을 좀처럼 구경하기 힘들다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K씨(인천 게양동)는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이사를 못하고 있는 경우다. 집이 팔려야 잔금을 치루고 새 아파트로 이사해야 하는데 집이 안팔리면서 이사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 대출을 생각해보았지만 금융비용도 부담이 되고 또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른다는 소식에 포기했다"며 "지금으로선 하루빨리 기존 집이 팔리는 길 밖에 없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거래 흐름이 막힌 아파트 시장은 방학특수 마저 사라지게 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상승세를 보였던 유명 학군 지역 아파트값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 14단지 125㎡는 9억1000만~10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이는 보름전에 비해 4500만원 정도 내려간 금액이다.
스피드뱅크 조민희 리서치팀장은 "강남과 목동 등 주요 학군 지역은 예년과 달리 집값 하락세가 더 깊어졌다"며 "특히 목동이 속한 양천구는 지난주 수도권 전역에서 가장 큰 낙폭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이남수 PB부동산팀장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마디로 시장에 대한 기대치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또 "앞으로 나올 거래 활성화 방안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해도 비율이 극히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세제 완화 역시 기존 것을 연장하는 수준에 그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러한 추세라면 하반기 집값은 더 하락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kye30901@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