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銀 스트레스테스트 '잣대' 논란

  • 91개 중 7개 은행 '불합격'…35억유로 확충해야 "스트레스 해소 역부족"…'엄격성' 논란 확산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세계 금융시장을 바짝 긴장시켰던 유럽 주요 은행들에 대한 재무건전성 평가(스트레스테스트) 결과가 지난 23일 공개됐다. 평가 결과 유럽연합(EU) 20개국 91개 대형 은행 가운데 7개 은행이 추가로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평가 기준이 유럽은행감독위원회(CEBS)가 장담했던 것만큼 '엄격했는(rigorous)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

   
 

유럽 7개 은행 자본 확충 얼마나?(100만달러/출처:NYT)

◇"7개 銀, 35억유로 확충해야"
유럽은행감독위원회(CEBS)는 이날 스페인 저축은행 5곳과 그리스 국영 농업은행 ATE뱅크, 독일 국영 모기지대출업체 하이포리얼이스테이트(HRE) 등 7곳의 기본자본(Tier1) 비율이 통과 기준인 6%를 밑돌았다고 밝혔다. 해당 은행은 모두 35억유로 규모의 자본금 확충을 권고 받았다.

CEBS는 지난 두달여간 유럽 경제 성장률이 내년에 0.4%까지 위축되고 실업률은 현재 9.6%에서 11% 상승하며 주가가 20% 이상 하락하는 등 비관적인 경제상황을 가정해 은행들의 재무 상황을 점검했다. 여기에는 각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국채 손실 가능성도 반영됐다.

그 결과 91개 은행은 위기 발생시 5660억유로의 잠재적 손실 가능성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CEBS는 이들 은행이 Tier1 비율 6%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자본이 3885억유로에 달한다며 7개 은행만 문제 삼았다.

앞서 시장에서는 20개 은행이 테스트 통과에 실패, 380억~850억유로 규모의 자본 부족 상황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미국 정부가 실시한 스트레스테스트에서는 19개 은행 가운데 무려 10개 은행이 746억달러의 자본 확충을 요구받았다.

◇'테스트 엄격했나' 실효성 의문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불합격 은행이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나자 시장에서는 평가 기준을 신뢰할 수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코말 스리 쿠마르 TCW그룹 수석 투자전략가는 24일 블룸버그통신에서 "불합격한 7개 은행은 이미 파산 직전에 몰렸거나 부실 규모가 커 주목받았던 곳"이라며 "새로 드러난 게 없는 만큼 시장은 이번 테스트 결과를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CEBS가 그리스와 같은 재정 불량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을 배제한 데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CEBS는 유럽 은행들이 만기까지 보유할 것으로 추정되는 은행장부상의 국채는 손실 가능성이 없다고 전제했다. 유럽 재정위기에 불을 댕긴 국채 부실화의 위험을 반영하지 않은 셈이다. 다만 거래장부에 기록된 국채에 한해 가치할인(헤어컷) 비율을 독일 4.7%, 그리스 23.1% 등으로 차등 적용했다.

이에 대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을 무시한 것은 물론 국채 손실률이 23.1%에 그칠 것이라는 셈법은 너무 관대했다고 지적했다. 존 피스 노무라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로이터통신에서 "스트레스테스트의 목적은 은행들의 자본 조달 비용을 낮추려는 것인데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아 각국 중앙은행에 의한 추가 테스트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CEBS는 테스트 결과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자 다음달 6일 2가지 시나리오를 전제로 개별 은행의 재무상태를 계량화한 지표를 담은 상세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또 2주 뒤에는 주요 은행의 계열사로 대상을 넓힌 스트레스테스트를 추가 실시할 계획이다.

◇"차임금 없어 국내 영향 제한적"
한편 금융감독원은 25일 유럽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감원은 이날 "지난 6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이 유럽에서 문제가 된 7개 은행으로부터 차입한 금액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금감원은 독일 HRE에 대해서는 5000만달러의 익스포저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는 원리금이 모두 보장되는 커버드본드로 부실화 가능성이 적고 총 대외 익스포저(525억달러)의 0.1%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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