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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사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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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7-27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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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할 말이 없는 것이 아니다. 말을 아끼고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은 26일 총리실의 불법 사찰 논란과 관련해 자신이 ‘할 말이 없다’고 한 언론 보도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서 자신에게 더 많은 정보가 있다는 말이고, 동시에 필요하다면 그에 대해 입을 열 수 있다는 뜻이다.

정 최고의원은 얼마 전 전당대회 경선 때 같은 당 이성헌 의원이 자신의 측근이 이번 논란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관련 자료를 야당에 넘겨줬다는 의혹을제기해 여권 내 ‘권력투쟁’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그 때 그는 “이 일을 권력투쟁으로 몰고 가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며 “본질은 일부 측근들의 인사개입”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자신의 부인이 총리실의 사찰을 받았다고 폭로한 남경필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서 정 최고위원과 정태근 의원에 대한 사찰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영포게이트 진상조사 특위’에 이어 ‘사찰진상조사위’를 구성해 대통령에게 사실 규명과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최근 불법사찰 논란과 관련해 확실한 제보자를 통한 문건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찰 피해자 당사자들로 거론되는 이들이 스스로 의혹을 제기하고 한 쪽에서는 이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정작 주변은 조용하다. 청와대도 이 문제에 관해선 ‘확실하게 조사하라’는 주문만 반복할 뿐 해결의 실마리는 없어 보인다.

확실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다들 ‘내게 무언가 있다’고 의혹만 증폭시키는 꼴이다.

이를 국민들이 고운시선으로 볼 리 만무하다.

더구나 그 의혹을 크게 만드는 당사자가 궁금해 하는 국민들이 아니라 정치권이라면 이는 더더욱 국민과 정치권이 멀어지는 길이다.

공권력을 동원해 민간인이나 정치인을 사찰했다면 이는 분명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의혹을 밝히기도 전에 이 사실을 쥐고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그 보다 더 옳지 못한 행동이다.

maen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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