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굳이 불황이 아니어도 고부가가치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2008년 터진 금융위기로 이른바 잘 나가는 브랜드들도 우후죽순으로 쓰러졌다. 하지만 높은 고객 충성도는 죽어 가던 브랜드도 살릴 만큼 막강한 '파워'를 자랑한다.
CNN머니는 26일(현지시간) 똑똑한 경영과 높은 고객 충성도로 기사회생한 10개 브랜드를 소개했다.
◇폴라로이드(Polaroid)
즉석 카메라의 대명사인 폴라로이드는 금융위기에 따른 소비위축과 디지털카메라의 급성장으로 2008년 12월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폴라로이드로서는 2000년대 초 소비재 전문업체 피터스그룹에 인수된 데 이어 두번째 파산다.
이듬해인 2009년 폴라로이드는 두번째 주인 힐코컨슈머캐피털과 고든브라더스브랜드에 8800만달러로 인수됐다. 새 주인은 폴라로이드용 필름마저 생산을 중단키로 했다. 하지만 전직 직원들이 '임파서블프로젝트'라는 회사를 차려 네덜란드에 남은 마지막 필름공장을 인수하면서 폴라로이드는 극적으로 회생했다.
임파서블프로젝트는 올해 100만통의 필름을 생산할 계획이며 이후 연 평균 생산목표 1000만통을 달성하기 위해 제품도 다양화할 방침이다. 본사가 핵심기술을 알려주지 않아 기술자들은 29개의 새로운 필름 용지와 13종류의 새로운 화학품을 새로 고안해냈을 정도다.
향후 폴라로이드 새 주인과 임파서블프로젝트간 불화가 예상되지만 폴라로이드는 한동안 소비자들 사이에 꾸준히 회자될 브랜드라고 CNN머니는 전했다.
◇사브(Saab)
미국 자동차업체인 제너널모터스(GM)는 지난 2000년 스웨덴 자동차 브랜드 사브를 1억2500만달러에 완전히 흡수했다. 1989년 사브 지분의 50%가 6억달러에 매각된 데 비하면 헐값에 사들였다는 것이 당시 전문가들의 평가였다.
하지만 사브는 GM에 별다른 수익을 안겨주지 못하면서 2008년 '재평가해야 할 모델'로 낙인찍혔다. 2009년 GM은 파산보호 신청에 따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사브라는 골칫덩어리를 맡을 새로운 주인을 찾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사라졌지만 사브 브랜드는 세계 각국 자동차업체에 인수되면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국영 자동차회사인 베이징자동차(BAIC)는 사브의 2개 세단 디자인을 1억9700만달러에 사들였고 네덜란드 스포츠카메이커인 스파이커가 나머지 모델디자인을 7400만달러에 인수했다.
GM도 사브의 중형모델인 '9-4X'를 멕시코 공장에서 2011년 4월부터 생산할 예정이다.
◇구어메이(Gourmet)
요리전문지 구어메이 매거진은 2009년 11월호를 끝으로 폐간됐다. 구어메이는 1940년 창간돼 한 때 100만명에 가까운 정기구독자를 자랑했던 미국 최장수 요리 잡지다.
그러나 광고수입 급감과 디지털미디어와 경쟁 심화로 출판기업 콘데나스트는 결국 구어메이를 포함한 자사의 4개잡지를 2009년 10월 폐간하기로 했다.
하지만 디지털기술은 구어메이의 부활을 이끌어 내고 있다. 68년간 구독자들과 콘데나스트가 쌓아올린 브랜드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는 블로거들의 논의가 인터넷에서 일기 시작한 것이다.
구어메이가 재창간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콘데나스트는 최근 '2010 가을 구어메이라이브'라는 아이패드용 프로그램을 개발할 참이라고 밝혔다. 구어메이가 오랜 기간 축적해 놓은 각종 요리법은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이미 독자들이 군침을 삼키고 있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서킷시티(Circuit City)
60년 역사의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서킷시티는 2008년 말 경기침체로 인한 매출 급감으로 파산했다. 2009년 1월 기준 미국 전역에 550개 대형 매장을 운영하던 서킷시티는 같은해 3월 모든 아웃렛매장을 폐쇄했다.
그러나 브랜드 이름은 남아 3개월만에 경쟁사였던 시스터맥스가 기업명과 웹사이트 주소에 대한 권리를 650만달러에 사들였다. 현재 서킷시티는 시스터맥스가 인수한 개인용컴퓨터(PC) 전문유통업체인 콤프USA와 더불어 인터넷에서 제2의 부활을 이뤘다.
CNN머니는 이밖에 소매유통업체인 샤퍼이미지, 명품비누업체인 크랩트리앤에블린, 크리스탈제조업체인 워터포드웨드우드, 가정용품업체인 리넨스앤싱즈, 가죽의류업체인 윌슨즈레더 등도 죽었다가 되살아난 브랜드로 꼽았다.
kirimi99@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