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준영 기자) "금융투자업계가 영업용 순자본비율(NCR) 규제에 눌려 국제경쟁력을 잃고 있다.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나오려면 자본시장법을 고쳐 규제를 풀어야 한다."
금융당국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투자업계 재무건전성 강화 차원에서 NCR을 최소 150%부터 해외투자나 신규사업 위험도에 비례해 그 이상으로 끌어올리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손실 누적으로 자본잠식에 빠진 증권사나 운용사가 오히려 수천 또는 수만%에 달하는 NCR을 기록한 데 비해 정작 국내외 투자 확대를 원하는 회사는 이 규제에 발목을 잡혀 성장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62개 증권사 가운데 자본잠식 상태이면서 NCR 1500% 이상인 회사는 BNP파리바증권(2097%)과 ING증권(1990%), 스탠다드차타드증권(1519%)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70개 자산운용사 가운데 코람코자산운용(4만6175%)과 아쎈다스자산운용(3715%)도 자본잠식에 빠져 있으나 최대 4만% 이상 NCR을 보였다.
이에 비해 자기자본 1조원 이상인 상위 10대 증권사 NCR은 380~730% 수준에 불과했다. 마찬가지로 자기자본 상위 5대 운용사 NCR도 380~900%에 그쳤다.
증권가는 NCR 규제 탓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회사로 미래에셋증권(580%)과 삼성증권(586%)을 꼽았다.
미래에셋증권 해외법인 자기자본은 4092억원으로 업계 최대다. 삼성증권도 2124억원에 달하고 있다. 두 회사 해외투자 규모는 여타 10위권 증권사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문제는 해외투자 규모를 이보다 확대하려고 해도 NCR 하락을 우려해 늘릴 수 없다는 것이다.
2008 회계연도 미래에셋증권 NCR은 505%로 500% 초반에 가까와지자 2009 회계연도에는 580%로 75%포인트 올렸다. 같은 기간 삼성증권은 해외투자 확대로 868%에서 586%로 282%포인트 내려갔으나 50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이 해외투자 확대시 그 규모에 비례해 애초 기준인 NCR 150%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도록 규제하고 있어서다.
앞서 2월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금융투자협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금융에서도 삼성전자 같은 세계적 기업이 나오려면 자본시장법을 시급하게 개정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NCR은 유동성 자기자본(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눠 구한다. 총위험액에는 영업 성과로도 볼 수 있는 증권사 고객 예탁금이나 운용사 펀드 수탁고까지 포함된다. 국내외에서 투자를 일으킨 데 따른 위험액 또한 들어간다. 이 탓에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회사가 NCR만 높게 나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NCR 규제에 불합리한 면이 있고 어떤 회사에 어려움을 주고 있는지도 안다"며 "다만 아직 대체할 지표가 없는 만큼 최저 자기자본과 같은 보조자료를 같이 활용해 재무건전성을 파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NCR 150%를 밑도는 증권사나 운용사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 권고를 받는다. 120% 미만이면 합병 또는 영업양도 처분이 내려진다.
상위 10위권 증권사 가운데 NCR이 가장 높은 곳은 대신증권(734%)이다. 이어 한국투자증권(621%), 하나대투증권(597%), 삼성증권(586%), 미래에셋증권(580%), 현대증권(578%), 신한금융투자(559%), 우리투자증권(443%), 대우증권(435%), 동양종합금융증권(385%)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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