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계파해제론'.미묘한 파장

  • "정치적 의도 있는 게 아니냐" 논란 가중

(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한나라당내 '계파 해체론'을 두고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안상수 대표를 제외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지난 26일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친이(親李), 친박(親朴) 등 당내 계파 해체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6·2지방선거’ 패배는 물론, 세종시 수정안 논란 등에서 빚어진 여권 내 갈등의 근본 원인이 지난 대선 과정 이후 계속된 계파 간 대립에 있다고 보고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이후 "엄연히 존재하는 계파를 이제 와 부정한다는 건 맞지 않는다"거나 "계파 해체를 주장하며 특정 모임을 지목하는 건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등의 지적이 잇따르면서 당 안팎에선 계파 해체론의 진의를 둘러싼 논란 또한 가중되는 모습이다.

이번 여당발(發) 계파 해체 논란의 시발점은 ‘영원한 비주류’를 자처하고 있는 홍준표 최고위원이다.
홍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안 대표가 당내 화합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을 주선했지만 진정한 화합의 출발은 계파 해체"라며 친이계 모임인 '국민통합포럼'과 '함께 내일로', 친박계 모임 '여의포럼', 그리고 친(親)강재섭계 의원 모임인 '동행' 등을 그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어 당 지도부 중 유일한 친박계인 서병수 최고위원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함께 내일로’와 ‘국민통합포럼’, ‘여의포럼’ 등은 필요하다면 해체하는 편이 좋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조해진 대변인은 "최고위에서 홍 최고위원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건 지금과 같은 계파 대립 속에선 당내 갈등이 더 심화되고 나아가 정권 재창출까지 어려워진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지도부의 이 같은 입장 정리와는 달리, 당 소속 의원들은 계파 해체론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

친이계 장제원 의원의 경우 “계파 해체는 시대적 요구”라며 27일 ‘함께 내일로’ 등의 탈퇴를 선언했으나, 친박계 주성영 의원은 같은 날 “지난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친이계가 먼저 국가발전전략연구회 등의 모임을 만들었고 이후 친박계 모임이 만들어졌다. 친박이 당내 야당 취급을 받는 현실에서 계파 해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아울러 중립 성향의 다른 의원은 “계파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덴 공감하나 이를 특정 모임의 해체로 몰고 가는 건 정략적 의도로 비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오 전 의원의 18대 총선 낙마 이후 이렇다 할 당내 ‘구심점’이 없어진 친이 진영과 달리, 친박 측은 여전히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단 점에서 '계파 해체=친박 해체'란 의미가 될 수 있단 지적이다.

그러나 다른 당직자는 홍 최고위원이 7·14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도전에 실패한 뒤 “민심에 역행하는 계파 투표가 진행됐다”고 불만을 터뜨린 점 등을 들어 "지금의 계파 해체론은 친박보다는 안 대표를 포함한 친이 주류 측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안 대표는 이번 전대 과정에서 친이 주류 측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았다.

한편 한나라당은 당초 28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통해 계파 해체 문제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었으나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안 대표 등의 지적에 따라 논의를 보류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표는 재보선 유세지원 일정 때문에 다른 최고위원들이 ‘계파 해체’에 합의한 지난번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ys4174@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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