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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면서, 어디를 가든지 아이스커피를 손에 든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미 커피는 국내에서 대중적 음료로 자리 잡고 있다. 커피가 대중화를 이룬 데는 프랜차이즈 커피 업계의 공이 크다는 사실을 부인할 이는 없을 것이다. 이로 인해 커피를 대하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껏 외형적인 성장에 가려 그 이면에 문화적인 측면 같은 내적인 성장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에 커피가 보급된 지 오래되었음에도, 그만큼 오랜 세월 다양한 커피 체험을 해온 한국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커피 문화가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성숙한 만큼 단순히 기호식품이나 음료의 개념을 넘어 커피 그 이상의 가치를 담은 진정한 커피 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아무리 허름한 카페에서도 제대로 뽑은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커피애호가들은 말하곤 했다. 하지만 이들 애호가들조차 ‘제대로 뽑은 커피’를 위해 더 이상 이탈리아까지 가서 커피를 찾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
유럽에서는 2000년대 들어 커피 본연의 가치뿐 아니라 그 이상의 문화를 찾으려는 이들이 늘면서 가정에서 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시는 홈카페 문화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홈카페, 홈바리스타라는 표현이 일상화됐을 정도로 에스프레소 커피를 직접 집에서 만들어 즐기는 문화가 대중화돼 있다.
천편일률적인 커피가 아닌 프리미엄한 나만의 커피를 만들고 즐기려는 홈카페 문화는 가족간의 정서를 공유하고, 화합을 도모하며, 서로의 취향을 배려하는 유럽의 新가족주의와 자연스럽게 연동되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
이러한 문화적인 공감대와 함께 산업적으로도 트렌드를 휩쓸었다. 특히 에스프레소 커피의 본고장 유럽에서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과 커피들이 대거 선보였는데, 이 가운데 캡슐커피는 최상위 커피를 간편하게 만들어 마실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집집마다 구비할 정도로 유럽인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네스프레소의 경우, 이러한 캡슐커피의 인기에 힘입어 모기업인 네슬레 그룹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사업으로 자리매김하였을 정도다.
이러한 분위기 탓인지 최근 한국의 성장세도 유럽 못지 않다. 지난 2007년 말 공식 런칭한 이후 현재까지 총 9개의 부티크 매장을 오픈했는데, 글로벌 본사에서 한국 시장을 예의주시할 정도로 그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이미 해외여행 등을 통해 먼저 유럽형 홈카페 문화를 접해본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에스프레소 커피를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즐기는 홈카페 문화가 빠르게 퍼지면서, 새로운 커피 트렌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말 그대로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가 전파하고 싶은 커피의 가치는 가정에서 전문 바리스타가 추출해 준듯한 완벽한 한 잔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홈카페 문화를 통해 가족간의 정을 나누고,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진정한 ‘에스프레소 문화’가 확립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물 다음으로 많이 마시게 되는 ‘커피’, 물 만큼 깐깐하게 고르고 즐겨야 마땅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단순히 홈카페의 겉모습만 따라 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가정마다 진정한 ‘문화’로서의 홈카페 트렌드를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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