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세계 경제가 '이중침체(더블딥)'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비관론자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물론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 로렌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도 드러내 놓고 더블딥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주요 매체에서도 'V'자형 회복이라는 표현이 자취를 감추고 더블딥에 대한 언급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영어 매체의 경우 이달 들어 V자형 회복보다 더블딥이라는 표현이 지난 5월보다 4배나 더 많이 쓰였다는 통계도 있다. 이런 경향은 지난달 중국과 인도, 호주 등지의 제조업 관련 지표가 꺾이면서 더 뚜렷해지고 있다.
반면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하반기에 세계 경제의 성장속도가 둔화돼도 회복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더블딥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 더블딥 공포를 유발하고 있는 주요 리스크 4가지를 꼽아 분석한 뒤 위험성이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뢰 하락
경기회복에 대한 소비자와 기업의 신뢰 수준이 하락하고 있다는 첫번째 조짐은 지난 5월 나타났다. 기업활동과 신규 주문이 줄면서 글로벌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제조업과 서비스 부문에서 모두 하락한 것이다. 하락세는 지난달에도 이어져 최근의 회복세가 단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재정위기에 처한 유럽에서 청신호가 켜졌다. 7월 제조업ㆍ서비스 부문 PMI가 모두 예상치를 상회한 것이다.
위축됐던 가계 소비도 되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저축률의 상승행진이 멈춘 것. FT는 현 추세대로 라면 소비자들은 경제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부채를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고 감소
기업들의 재고 증가세가 둔화된 것도 더블딥 우려를 확산시켰다. 지난 5월 미국 기업들의 재고는 전월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쳐 예상치(0.2%)를 밑돌았다. 기업들이 향후 판매 둔화를 걱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줄리안 제솝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중국 경제 회복세의 둔화는 모멘텀을 잃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회복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의 기업투자나 소비 관련 지표는 상당히 괜찮은 편"이라며 "일시적인 둔화를 더블딥과 연결지을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위기 재발
유럽 재정위기가 고조되면서 금융위기의 불을 댕긴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전 세계 금융시장이 맞물려 있는 만큼 유럽 경제가 붕괴하면 그 파장이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에서 리먼과 같은 재앙이 재발하면 2011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1.5% 하락하고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은 더블딥에 직면할 것이라는 게 IMF의 전망이다.
그러나 그리스와 스페인 등 유로존 재정 불량국들은 최근 희망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긴축정책이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홀거 슈미딩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애널리스트는 "그리스는 인상적인 재정상황의 반전을 꾀하고 있으며 스페인은 최근 자금조달에 성공했다"고 지적했다.
◇긴축 부작용
막대한 공공부채를 줄이기 위한 각국의 긴축정책도 세계 경제의 위협 요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5월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화하면서 세계 주요국은 일제히 재정감축에 나섰다.
긴축정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긴축시기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IMF는 선진국의 경우 2011년까지는 긴축에 나설 필요가 없다며 너무 빨리 긴축에 나서면 경제 회복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IMF는 추가 부양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다.
FT는 각국이 계획하고 있는 긴축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데 주목했다. FT는 주요 20개국(G20)의 평균 긴축 규모는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지기 전 전체 세수의 1.1%에서 2011년에는 1.25%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기간 신흥시장의 긴축 규모도 0.65%에서 0.85%로 소폭 느는 데 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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