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중국 상하이를 글로벌 금융허브로 조성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발걸음이 바빠졌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지수선물거래·신용거래·공매도 등 중국형 ‘증시개혁 3종세트’를 선보여 중국 증시 투자환경을 선진화시킨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몇 년 전부터 야심 차게 준비해 온 '국제판(國際板·International Board)' 개설 시기가 무르익었다는 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오늘은 바로 국제판에 대한 궁금증을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국제판은 간단히 말해 외국기업도 중국 본토에 상장할 수 있는 외국기업 전용 증시를 일컫는 말입니다. 여기에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레드칩)도 포함됩니다.
중국 증시는 미국·일본·한국 등 다른 국가와 달리 내국인 전용 증시와 외국인 전용 증시를 따로 구분했습니다. 그만큼 자본시장이 폐쇄돼 있다는 말이죠.
참고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A주가 바로 위안화로 거래하는 내국인 전용증시, B주가 미 달러로 거래하는 외국인 전용증시 입니다.
그러나 B주는 1992년 당시 외자를 유치하겠다는 목적으로 설립한 취지와 달리 인기가 시들해져 지금은 내국인 투자도 허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외국인이 A주에 투자하려면 지난 주에 언급한 바처럼 중국정부로부터 QFII(적격해외기관투자자) 자격을 취득해야 합니다.
따라서 국제판 개설은 중국 자본시장이 해외에 완전히 개방되기 위해서 꼭 거쳐야 할 필수코스인 것이죠.
해외 다국적기업들도 현재 상하이 증시 내 국제판 개설 여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HSBC·코카콜라·스탠다드차터드·월마트·제너럴일렉트릭(GE) 등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현재 국제판 상장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도 들립니다.
그럼 국제판에 상장하면 과연 어떤 이득이 있을까요?
팡싱하이(方星海) 상하이 금융서비스사무실 주임은 “대부분의 해외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핵심 전략요충지로 삼고 있다”면서 “국제판에 상장하면 중국 내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고 위안화로 자금을 충분히 조달해 중국 내 사업 투자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현재 상하이 거래소는 이른 시일 안에 국제판을 개설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국제판이 그렇게 하루 아침에 뚝딱 만들어 지기는 쉽지 않겠죠?
얼마 전 야오강(姚剛) 중국증권감독위원회(이하 ‘증감회’) 부주석은 “국제판 출범 시기를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며 국제판 개설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해외기업이 중국 본토 내에서 상장하고 위안화로 자금을 거래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작업이라서 중국과 국제 시장간 존재하는 법률적·제도적 차이를 조율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중국 증감회는 국제판 개설의 신호탄이라 볼 수 있는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먼저 올해 안으로 내놓는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국제판 개설에 따른 리스크 억제력을 키우고 해외 결산 서비스 노하우를 먼저 익힌다는 것이죠.
현재 중국 내 펀드운용사들은 홍콩 지수뿐만 아니라 미국 다우존스 지수, FTSE 100지수 등 세계 지수 관련 상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상하이 증시 국제판이 지난해 개설된 차스닥에 이어 중국 정부의 위안화 국제화 발걸음에 가속도를 붙여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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