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서민경제부터 살리겠습니다."
7ㆍ28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 한나라당이 ‘친(親)서민ㆍ친중소기업 정책’을 화두로 당의 전면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나라당은 재보선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당사 회의실의 '백보드' 문구를 "서민경제부터 살리겠습니다"와 "서민 속으로, 현장 속으로"로 새롭게 바꾼데 이어, 다음날엔 홍준표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당 서민정책특별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키면서 '서민'과 '현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 6ㆍ2지방선거 참패와 세종시 수정안 부결 등의 근본원인이 이른바 ‘불도저’식 국정운영에 있었단 판단 아래 보다 ‘낮은 자세’로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 친화적)’를 강조하며 감세(減稅) 및 규제완화 등의 정책을 적극 추진해왔으나, “정작 ‘돈 줄’을 쥐고 있는 대기업과 금융권이 중소기업과 서민층을 외면하면서 민심 이반을 불러왔다”는 지적도 한나라당이 친서민 기조를 택하게 한 배경이 됐다.
이 같은 인식은 이명박 대통령과 안상수 대표 등 한나라당 신임 지도부 간의 지난달 30일 청와대 만찬 회동에서도 그대로 묻어났다.
당시 참석자들은 건배사에서 이번 재보선 '압승'을 자축하기보다는 "더 열심히 하라는 게 민심이다", "더 낮은 자세로 국민 뜻을 받들어야 한다", "서민정책을 내실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당 서민정책특위를 중심으로 주거, 일자리, 의료 등 서민들이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분야에서 ‘현장형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이를 정부 정책에 반영키 위한 당ㆍ정 간 협조체제도 강화해나간다는 계획. 특위가 산하 10개 분과별 위원을 대학교수나 전문가가 아닌 현장의 서민대표로 인선키로 한 것도 바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함이다.
특히 홍 최고위원은 특위 회의 첫날부터 최근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투자와 금융권의 서민 대출 등이 부진한 점 등을 들어 "중소기업은 어려워지고 대기업만 배를 불리고 있다", "국민 혈세로 살아난 은행들이 그 돈으로 자기들 연봉 잔치만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추후 특위 활동 방향의 한 단면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재 특위는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대학 등록금 인하 방안을 비롯해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과 중소기업을 실질적인 지원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앞서 당 정책위원회도 29~30일 이틀간 워크숍을 열어 ‘서민과의 소통’을 올 하반기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정하고 대책 마련에 본격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은 한나라당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또 하나의 ‘정치 쇼’를 보는 듯하다”고 평가 절하하고 있는 모습.
전현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이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기업형 수퍼마켓(SSM) 규제법안 처리와 복지예산 증액요구는 ‘나 몰라라’ 하면서 말로만 친서민을 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재보선 직후 이뤄진 정부의 전기와 도시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발표를 두고 "친서민을 표방하면 나선 첫 행보가 공공요금 인상이라니 실망스럽다"며 "정부가 교육, 의료, 주거 등 다른 분야 서민복지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공공요금부터 올리기로 한 건 결국 서민복지를 축소시킨 것"이라고 날을 세우는 등 한나라당의 이번 친서민ㆍ친중소기업 기조를 두고도 정치권 내에서 적잖은 논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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