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은행권이 금리 인상 기대감에 따른 수신구조 불안에 신수익원 창출에 실패하는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수신 부문에서는 예금의 단기화 현상이 심해져 자금 장기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신에서는 대출 수요 감소 및 당국의 규제, 신수익원 창출까지 실패해 하반기 이후 경영개선이 요원할 전망이다.
◆ 예금단기화 심화에 불안감 고조
현재 은행권은 수신구조 불안에 걱정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예금금리를 속속 올렸지만 시중자금이 단기예금에만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들의 만기 1년 이상~2년 미만 정기예금과 만기 6개월 미만 정기예금의 금리차는 6월 말 현재 1.05%포인트로 전월 대비 0.15%포인트 확대됐다. 지난 4월의 0.78%포인트보다는 0.27%포인트나 높다.
금리차가 확대된 것은 은행들이 자금을 장기로 운용하기 위해 장기예금 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중자금은 은행의 기대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1년 이상~2년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5월 말 현재 305조5770억원으로 전월 대비 1.27%(3조8233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6개월 미만 예금은 같은 기간 71조4381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12.55%(7조9671억원) 급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37조5592억원에 비해서는 2배 가까이 늘었다.
시중자금이 단기예금에만 몰리는 것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 기대감이 확산돼 단기상품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단기자금을 장기 여신으로 활용하기 어려워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 단기자금이 일시에 만기도래할 경우 이를 상환하는 데 드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한 만큼 금리 추가인상 기대가 커 고객들이 예금을 최대한 짧게 돌리고 있다"며 "예금금리 인상에 따른 약발이 먹히지 않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 신수익원 실종에 타금융업권의 도전까지
은행권에 신수익원이 실종된 점도 은행을 압박하고 있다.
은행들은 국내 은행산업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2007년 3~4% 수준이었던 순이자마진(NIM)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대 초반으로 떨어지는 등 이자수익이 급격히 떨어졌다.
또 △부동산 시장 침체 △대출수요 감소 △당국의 예대율 규제 등으로 이자 수익 확대가 요원하다고 보고 있다.
은행권이 최근 몇년 동안 자산운용·비이자수익 등 2금융권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못하다.
지난달 말 랩어카운트 시장 진출에 실패하고, 신용카드 사업 확대에 난항을 겪고 있다. 부동산 개발 등 신탁업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의 실종된 모습이다.
최근 들어서는 △보험사와의 지급결제 공방 △증권사와의 PB사업 경쟁력 △전업계 신용카드사들의 선정 등 2금융권의 도전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민영화를 앞두고 있어 경쟁이 예상되고, 농협·우정사업본부의 신용카드 진출 및 사업 확대 등으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은 대출 창구가 막혀 수익 창출이 어려운 데다 신수익원을 키우기 위한 움직엠도 난관이 있다"며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수신구조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고난의 행군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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