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친(親)서민·친(親)중소기업 정책’ 기조를 두고 여야 정치권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서민경제 살리기’를 골자로 한 당의 정책방향을 두고 포퓰리즘 논란이 벌어지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그리고 서민들이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기회를 확대키 위한 것”이라며 거듭 해명하고 나섰다.
그러자 민주당 등 야당은 “여권이 말로만 친서민을 강조할 뿐 오히려 공공요금 인상 등을 통해 반(反)서민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한나라 “‘친서민’은 국민의 명령… 포퓰리즘 아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통해 “우리가 지향하는 서민정책은 대기업을 때리자는 것도, 또 대기업에 막무가내로 혜택을 주자는 것도 아니다”며 “중소기업을 살리고 서민에게 눈을 돌리란 국민의 명령을 받드는 게 우리의 책무다”고 말했다.
특히 안 대표는 “당이 서민경제 살리기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뒤 당내에서 ‘대기업 때리기다’, ‘좌파식 포퓰리즘이다’는 얘기가 나오고 야당에서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걸 알고 있다”고 전한 뒤 “그러나 상생(相生) 없인 미래가 없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이날 원내교섭단체 라디오 대표연설을 통해서도 “당장 서민생활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모든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라며 “전기료와 도시가스요금, 버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에 대해서도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서병수 최고위원은 “정치권에서 약자에 대한 배려와 지원책을 강구하는 데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말했으며, 고흥길 정책위의장도 “중소기업 포퓰리즘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절대 그런 게 아니다”고 거듭 주장했다.
◆민주 “‘조변석개’ 경제정책… 진짜 친서민 맞나”
그러나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경제정책은 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하고, 일단 결정하면 계속 집행하는 게 중요한데 (정부·여당의 현 정책은) 조변석개(朝變夕改)”라면서 정부·여당의 진정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첫 비상대책위원회의를 통해 “지금까지 부자 감세와 재벌을 위한 ‘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펴던 이명박 정부가 7·28재보선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친서민 정책을 들고 나왔다”며 이 같이 밝히고 “진짜 친서민을 한다면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 법안은 왜 (처리하지 않고) 그냥 두냐”고 따져 물었다.
비대위원인 박병석 의원도 최근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 발표 등과 관련, “정부의 친서민 정책은 허울 뿐”이라며 “선거에서 이기자 전기·가스료를 올리겠다고 한다. 또 국토해양부가 자동차 정비수가와 수수료를 인상해 자동차 보험료마저 오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함께 참여하는 ‘공공요금 원가 검증위원회’를 구성, 전기요금과 도시가스 요금, 시외버스 운임 인상을 골자로 한 정부의 공공요금 조정안에 대한 정밀 검증에 나선다는 방침.
이런 가운데, 여당인 한나라당 내에서도 친서민 기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어 이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앞서 당내 대표적인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은 “정치권에서 뭘 알지도 못하면서 개별기업의 투자가 어떠니 얘기하는 건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국민경제에 큰 부담을 준다”고 지적한 바 있으며, ‘원조 보수’로 불리는 김용갑 상임고문은 “당이 ‘올인’하고 있는 친서민 정책을 들여다보면 중도보다 더 좌(左)로 간 것”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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