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작가 바바라 샤우프의 소설 '돈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창해)'을 번역한 한서윤(17·용인외고3)양은 번역이 힘들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실제로 한 양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서 이 책을 번역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번역했다는 사실을 전혀 느끼지 못 할 만큼 이야기 흐름이나 문장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대학입시 준비에 한창이어야 할 고3이라 힘들지는 않을까.
"지난 3월부터 6월말까지 3개월 정도 번역작업을 했는데, 그 사이에 학교에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르는 바람에 공부하랴 번역하랴 정말 힘들었죠. 이번 책을 번역하면서 돈과 행복은 비례하지 않지만, 기본적인 의식주가 부족한 나라의 어린이들은 돈이 정말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어요."
한 양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 건 지난 1월 치른 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SAT에서 2400점 만점을 받으면서부터다.
만점 기록도 그렇지만 더욱 놀라운 건 한 양이 오로지 독학으로만 공부해 시험을 치렀다는 점이다.
한 양은 외고에서도 줄곧 전교 1등을 해왔고 최근 세계적인 학력경시대회 '월드 스칼라스 컵(The World Scholar's Cup)' 본선에서 경제 부문 1위, 영문학 부문 1위를 수상했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아무런 사교육을 받지 않고 입학해 한글이나 영어 알파벳을 잘 모를 정도였다.
그러다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2년간 캐나다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의 재미를 알게 됐다.
특히 학교에서 권해주는 도서목록의 책을 1주일에 2~3권씩 꾸준히 읽은 것은 영어 실력은 물론 사고력과 논리력을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됐다.
한 양은 또 지난 2월 학교의 라틴어연구회 동아리 '모두스 사피엔티스(MODUS SAPIENTIS; 생각하는 방법)'친구들과 함께 라틴어·영어·한국어 소사전을 만들기도 했다.
또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에서 번역 봉사활동을,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을 돕는 봉사활동을 해왔다.
미국 예일대 입학을 원하는 그는 SAT 만점을 받았지만 예일대가 학생의 다양한 면모를 평가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답했다.
"다른 고3 수험생들에 비해 비교적 여유가 있지만 부담을 느끼는 건 저도 마찬가지에요. 경제학, 영문학, 철학, 법학 등 인문계에 관심이 많아 교수나 연구원 같은 일을 하면서 교육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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