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사태 해결, 기업인 역할론 부상

(아주경제 정경진 기자) 리비아 주재 국가정보원 직원의 추방사건으로 인해 냉각된 한·리비아 관계가 쉽사리 정상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함께 민간 차원의 해법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양국간 외교적 협상이 교착상황에 놓인 상황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되는 현지 진출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측면지원이 절실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특사로 파견됐던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조차 카디피 리비아 국가원수를 만나지 못했을 정도로 경색된 양국 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고위급과 선을 댈 수 있는 민간의 인맥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5일 외교가에 따르면 지난달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리비아를 방문한 이상득 의원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던 양국 관계를 진정시키는 성과를 거둔 반면 사태를 해결짓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기업인들이 나서 사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는 '역할론'이 거론되고 있다.
리비아에서 오래 활동하고 높은 평판을 얻고 있는 기업인들이 현지 인맥을 활용할 경우 리비아 정부의 마음을 돌리고 양국 관계를 복원해내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 경제계 일각에서는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최 전 회장은 국내에서 카다피 국가원수와 연결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83년 11월 단일 토목공사로는 세계 최대 규모였던 32억9000만달러 규모의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수주한 것을 계기로 카다피 원수와 개인적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통'으로 알려진 대우건설 서종욱 사장도 이번 사태의 막후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 사장은 지난달 건설사업 수주와 현장 점검차 리비아 현지를 방문했으며, 언론 인터뷰에서 "30년 넘도록 리비아에서 쌓아온 신뢰가 무너지면 안될 것"이라며 "관계 정상화를 위해 중량감 있는 외교관을 파견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현지에 진출한 많은 기업들이 리비아 정부의 주요 인사들과 상당한 교분을 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특사 형식은 아니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기업인 출신들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양국간 협의 결과를 좀더 지켜보자는 입장이지만, 민관이 힘을 합쳐 사태를 해결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정부 고위소식통은 "앞으로 경제는 물론 문화교류 분야 등 여러 방면에서 리비아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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