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썩은 고기를 파먹는 대머리 독수리(vulture)처럼 부실자산만 골라 사냥하며 빈축을 샀던 '벌처투자자'들이 최근 미국 부동산시장의 수호천사로 부상하고 있다.
CNN머니는 5일(현지시간) 벌처투자자들이 최근에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기 위해 임대 사업에 주력하며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단기차익을 노리고 부실 부동산을 매입했던 이들이 투자방식을 급선회한 것은 불황 탓이다. 금융위기 속에 부동산 가격이 끝모르게 추락하고 있는 데다 기준 금리가 제로(0) 수준에 머물고 있어 자금 조달이 어느 때보다 쉬워졌지만 도통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벌처투자자들은 집을 헐값에 사들여 차익을 남기고 되팔았던 과거의 방식을 버리고 최근 임대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집을 되파는 과정에서 형성됐던 거품도 사라져 장기적으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불러왔다고 CNN머니는 지적했다.
투자수익도 상당한 편이다. 고가주택이 몰려 있는 피닉스와 라스베가스, 마이애미 등지의 집값이 70% 가까이 빠지는 동안 임대료 하락폭은 20%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피닉스에서 주로 활동하는 부동산 벌처펀드 팀인베스트에 따르면 부동산 임대를 통한 연간 투자 수익률은 70%에 달한다.
내년 2월 '신경제에서 부동산으로 돈벌기'라는 책을 낼 예정인 부동산 투자 전문가 매트 마르티네즈는 "(금융위기 이후의) 새로운 경제에서 부동산에 투자하려면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며 "더 이상 과거처럼 대박을 노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팀인베스트의 타냐 마치올은 부동산 경매시장 역시 한물 갔다며 임대방식의 투자를 적극 지지했다. 헐값으로 경매시장에 나온 압류주택은 한때 벌처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사냥감이었지만 주택가격이 폭락하면서 몰려든 '아마추어'들이 가격을 띄워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작년에는 경매로 시장가격의 60% 선에서 76건의 물건을 매입했지만 올해는 4건밖에 사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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