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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상생경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은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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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8-0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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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은행권이 '상생경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하반기에는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등 내실 경영에 주력할 방침이었지만 정부 압박에 못 이겨 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금융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올 상반기 충당금 폭탄을 맞고 실적 악화에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대출을 무리하게 늘릴 경우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중기대출 급증…추가 지원책도 '봇물'

하반기가 시작되는 7월 은행권의 중기 대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국민·신한·우리·기업은행 등 중기 대출 취급 규모가 가장 큰 4개 시중은행은 한 달간 무려 1조3432억원을 늘렸다.

중기 대출 증가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신한·하나은행 등 규모에 비해 중기 대출 취급 실적이 낮았던 은행들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책이 쏟아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9일부터 '금리전환 장기운전자금대출', '금리전환 장기시설자금대출', '고정금리부 장기시설자금대출' 등 기업여신 3종 세트를 판매한다.

이를 위해 2조3000억원의 특별자금도 조성했다.

이에 앞서 신한은행은 중기 전용 대출상품인 '위더스(WithUs) 기업대출'도 내놨다. 지난달에만 4700억원 이상의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은 GS건설과 공동으로 중소 건설사에 4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GS건설이 상생협력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하나은행이 이를 재원으로 GS건설 협력업체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형식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GS건설을 시작으로 다른 대기업과도 상생협력 대출을 실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이달 중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상생경영을 강조하면서 압박 강도를 높이다보니 은행들이 중기 대출을 늘리는 감이 있다"며 "국민·우리은행과 농협 등은 기존에 중기 대출을 워낙 많이 취급해 추가로 늘리기가 쉽지 않지만 신한·하나은행 등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 기업 구조조정 지속…'충당금 악몽' 경계해야

은행권이 중기 대출을 늘리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당장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기 대출이 급증한 게 정부 입김 때문인지 단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국내 은행들의 자산 쏠림현상이 고질적인 문제인 만큼 중기에 자금이 지나치게 몰리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팀장은 "중기 대출이 한달에 1조원 이상 늘어난 것은 예상보다 많은 규모"라며 "기업 구조조정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중기 대출을 늘리는 것은 은행 입장에서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경제 여건이 불확실한 가운데 중기 대출을 과도하게 늘릴 경우 상반기처럼 대규모 충당금 적립에 따른 실적 악화에 시달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 팀장은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다 더 좋아질 가능성은 낮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기 대출이 급증한다면 3분기 충당금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은행이 수익 창출을 위해 대출을 늘려야 하는 건 맞지만 아직 중소기업 부문에 신뢰를 갖고 대출을 확대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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