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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불신(不信)커지는 공연 관람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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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8-1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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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전세계적으로 망신입니다."

기자가 최근 만난 한 오페라 연출가는 이렇게 토로했다. 바로 초대형 야외 오페라 '투란도트'가 취소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보통 해외 스타들이 출연하는 공연이 취소되면 해당 국가에 대한 이미지가 하락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우려되는 건 바로 국내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불신(不信)이다.

투란도트는 원래 오는 12~1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로린 마젤이 지휘봉을 잡아 더욱 이슈가 됐다.

하지만 공연 일주일을 앞두고 주최측은 날씨와 예매율 저조를 이유로 공연을 취소했다. 연출과 안무 등 제작 스태프들도 중도하차했다.

총 50억원의 제작비가 든 이번 공연은 장예모 감독의 스타일을 그대로 옮겨왔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장예모 감독은 초대형 스케일, 화려한 무대와 의상으로 투란도트의 배경이 되는 중국을 가장 잘 표현하는 감독이다. 40만원이라는 역대 최고의 자릿값도 그 유명세를 더했다.

이렇다 보니 관객들의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사실 오페라 투란도트는 지난 6월 열릴 계획이었지만 당시 '천안함 사태'로 대부분의 공연들이 취소되거나 미뤄졌다. 따라서 투란도트도 2개월 뒤인 8월에 다시 열기로 했다. 하지만 날씨와 낮은 예매율로 오페라는 결국 또 취소됐다.

주최측은 "야외공연이기 때문에 장마철 날씨를 고려했고 제작 과정 중 밝히기 어려운 문제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연 취소의 가장 큰 이유는 주최측이 말한 대로 "여러가지 복잡한 상황 때문"이 아니라 바로 오페라 무대 자체를 상업적인 수단으로만 인식했기 때문이다.

푸치니의 투란도트는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에서도 알 수 있듯, 가장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관객이 몇 명이 됐든 주최측이 투란도트의 가치를 달리 봤다면, 관람객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공연을 취소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결국 세계적인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선율, 저명한 성악가의 아리아를 듣기를 학수고대했던 관람객들은 티켓 환불을 받으면서도 '신뢰'는 돌려받지 못했다.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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