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진영 기자)상장법인들이 한국거래소 조회공시 제도의 헛점을 이용해 답변을 번복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데도 거래소가 적절한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거래소는 주가에 영향을 줄만한 풍문 또는 보도 등이 발생했을 경우 해당 상장사에 사실여부 확인을 요구하는 조회공시를 요구할 수 있다. 조회공시 요구를 받은 상장사는 1일 이내 직접공시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상장법인이 의사결정 과정중에 있다는 내용으로 공시(미확정 공시)한 경우에는 공시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확정내용 또는 진행사항을 재공시해야 한다. 이때 1개월내 조회공시 답변을 번복하면 제재가 주어진다. 그러나 1개월이 지나면 제재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런 공시제도의 헛점을 이용해 최초 조회공시 답변 이후 1개월이 지난 이후 공시내용을 번복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S사는 거래소 조회공시 답변에서 H사 인수와 관련해 "최대주주가 지분매각과 관련해 검토 중에 있다"며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3개월 전인 지난 5월 중순 S사는 "인수와 관련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밝힌바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인수합병 계획이 없다고 밝힌 회사가 3개월만에 정반대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 회사가 향후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 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기업 인수·합병은 회사의 생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쉽게 결정 내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결국 최초 공시가 있었던 당시 회사측은 인수·합병에 대한 윤곽을 어느 정도 그리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지난 6월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J사는 지난 4월 최대주주이자 회사 대표를 맡고 있는 C씨의 지분 매각설에 따른 조회공시 요구에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약 한달여 만인 6월 초 A씨외 3인이 보유한 지분 25.8%를 W사에 매각했다.
거래소는 조회공시 제도를 악용하는 문제를 인지하고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나 아직 구체적인 사안은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공시제도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조회공시 제도의 헛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수차례 발생하고 있어 이를 제재할 방법을 검토중에 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한 투자자는 "조회공시 답변 번복 사례는 예전부터 심심치 않게 발생돼 왔다"면서 "특히 인수·합병과 관련된 내용의 경우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데 거래소가 왜 빨리 개선하고 있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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