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정부의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 발표를 앞두고 총부채상환비율(DTI) 조정 등 강도 높은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건설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도 미분양이 나오고 주택 거래 마저 사실상 중단되면서 민간 주택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이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달말께 예정으로 있는 주택 거래 활성화 방안 대책 발표를 앞두고 정부가 시장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만큼 현 상황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대형 주택건설사 모임인 한국주택협회는 1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간 분양물량이 대거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토로하면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택거래에 장애가 되는 각종 규제를 대폭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올해 민간의 주택공급 감소뿐 아니라 2~3년 후의 공급물량 감소로 이어진다는 의미여서 규제완화 대상과 폭을 놓고 고민중인 정부에 압박카드가 될 수 밖에 없다.
권오열 주택협회 상근부회장은 "정부가 주택거장래대책 발표를 미루며 주택산업이 고사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민간공급 얼마나 안되길래
주택업계는 연 초 세운 신규분양을 계획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또 주택사업을 하려던 계획도 연기하거나 포기하면서 사업계획 승인신청도 크게 줄어들었다.
한국주택협회가 올해 아파트 분양계획이 있는 43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주택사업 여건변화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27개사(62.8%)가 주택사업의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답했고, 현상유지를 하겠다는 업체는 16개사(37.2%)였다.
이 가운데 24개사는 올해 들어 총 6만8452가구의 분양을 포기하거나 연기했다고 응답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4만3845가구, 지방이 2만4607가구다.
또 주택건설 사업계획승인 신청을 포기하거나 연기한 회사는 17개사로 3만3875가구(수도권 1만6954가구, 지방 1만6921가구)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분양성이 높은 편인 공공택지지구내 주택용지조차 위약금을 물더라도 매각을 희망하고 있다. 21개사가 공주택용지 63개 필지를 보유중이며 이 가운데 19개사에서 40개 필지(170만2000㎡)의 계약을 해지했거나 해지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공공택지의 계약을 해지한 건설사는 10개사로 이 가운데 절반인 5개사(필지수는 19개중 10개)가 위약금을 물고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에 계약을 해지하고 싶다는 건설사도 14개사, 21개 필지(100만2000㎡)에 달해 건설사들의 주택사업 의지가 크게 위축됐음을 알 수 있다.
주택사업 물량이 감소하면서 43개 응답업체 중 22개사(51.2%)가 주택사업 전담 부서를 축소했고, 응답업체의 25개사(58.1%)는 인력을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오열 부회장은 "주택시장 장기 침체로 민간 분양 물량이 대거 줄어들고 있는 현실은 민간의 주택공급기반이 급격히 붕괴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라고 강조했다.
◆DTI 완화 요구 가장 많아
주택업계는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 활성화, 특히 공급기반 확보를 위해서는 DTI 규제를 최우선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택협회가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6.5%가 DTI 규제를 가장 먼저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DTI는 투기지역으로 묶여 있는 강남3구가 40%, 서울은 50%, 이외에 수도권은 60%로 묶여 있다.
DTI는 주택시장 침체기에는 시장 회복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서울과 수도권에 적용되고 있는 LTV를 10% 포인트 상향 조정할 경우 주택수요는 0.4% 늘어나지만, DTI를 10% 포인트 상향 조정하면 주택수요는 1.4%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DTI 10% 포인트 상향으로 수도권 내 악성 미분양 물량은 절반 정도(약 3500가구) 해소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에게는 DTI 완화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DTI 규제를 완화해 부동산 시장 회복 효과가 크기보다는 가계대출만 늘려 개인파산자를 양산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주택업계는 이외에도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주택담보대책인정비율(LTV) 규제완화, 양도소득세와 취·등록세 등 세제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분양가 상한제 폐지, 제2종 일반주거지역 평균층수 제한규정 폐지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어려움을 호소하는 주택업계의 이 같은 목소리가 이르면 이달말 발표 예정인 주택거래활성화 방안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택협회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은 설문조사 결과 보다 오히려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하루 속히 주택거래를 살릴 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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