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만원 이상 작품 양도땐 세금 20% 내야
경매회사 직격탄···개인컬렉터·법인화랑도 타격
"20년간 뭐했나" 일부선 미술계 소극대응 비판
내년 1월부터 6000만원 이상의 작품에 대해 양도세(양도가액의 20%)가 부과된다. 이에 따라 경매 회사를 포함, 개인 컬렉터, 법인 화랑등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옥션 경매 현장. |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미술품 양도세 시행이 불과 4달 앞으로 다가왔다. 당장 내년 1월부터 6000만원 이상의 작품(생존 작가 제외)을 양도할 경우 양도가액의 2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미술계는 미술시장 침체를 우려해 양도세 도입에 반대해왔다. 미술 투자 심리를 위축하고 저변 확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정부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다른 소득과의 과세형평을 근거로 지난해 개정세법을 통해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기로 한 것이다.
따라서 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개인 컬렉터와, 법인 화랑, 미술 관련 기관, 기업까지 미술작품 유통 과정에 종사하거나 관련된 모든 주체가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경매 회사 타격 클 듯
그중에서도 특히 미술품 경매를 주관하는 회사들은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경매 회사는 위탁자와 낙찰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벌어들인다.
하지만 양도세가 부과되면 작품을 소장한 사람들은 작품을 내놓길 꺼려한다. 누군가에게 낙찰되더라도 세금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보고 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시장에 '물건'이 돌지 않는 것이나 다름 없다.
현재 미술시장에는 2000여개 정도의 작품이 유통되지만 실상 거래되는 작품은 250점 정도라고 알려져있다. 대부분 작고한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으로 상당수가 고가다.
즉 미술시장 활성화에 큰 몫을 차지하는 작품들이 양도세라는 '폭탄'을 맞게 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모든 미술 관계자 및 회사들이 양도세 때문에 영향을 받겠지만 제일 타격이 큰 건 실은 경매회사"라고 말했다.
다음달 정기국회에서 구체적인 사항을 결정하겠지만, 현재 거론되고 있는 세금 부과 방안은 양도가액(취득가액에서 필요경비를 뺀 액수)의 20%를 세금으로 내는 것이다.
즉 작품을 10년 이상 보유할 경우 양도가액의 90%, 10년 미만 보유할 경우 양도가액의 80%를 공제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보인다. 단 취득가액이 양도가액의 80%를 넘는 경우에만 80%를 공제해버린다는 계획이다.
국매 미술경매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옥션은 올해 상반기 실적을 기준으로 양도세 부과가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올해 상반기 서울옥션에서 낙찰된 작품 수는 총 646점이다. 그 중 양도세를 적용받는 작품은 29점(4%) 정도다.
하지만 금액기준으로 따지면 총 낙찰가액의 56%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은 "양도세가 부과되면 미술계 내부와 외부 모두 타격을 받겠지만 그 중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은 옥션사"라며 "당장 9월에 열리는 키아프(KIAF, 한국국제아트페어)도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 미술계는 '정중동'
이처럼 미술품 양도세 도입을 목전에 둔 미술계는 현재 '정중동(靜中動)'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술 경매 회사와 화랑 협회, 미술협회 작가, 일부 문광위 국회의원들은 양도세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미술계는 사실상 법안의 전면 '백지화'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9월 정기국회서 열리는 재경위원회 소위원회때 유보하는게 최선이라는 분위기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예전부터 준비하자고 했는데 미뤄오다가 결국 여기까지 왔다"며 "미술계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실 미술품 양도세 부과안은 20년전 처음 입안된 뒤, 무려 5차례나 연기되다가 2004년 폐기된 바 있다.
이후 미술품 양도세 법안은 자주 도마에 오르며 법안 발효를 예고했다. 미술계는 정부와 학계를 통해 목소리를 높이는 등 얼마든지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자성(自省)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오는 12일 문광위 국회의원들을 주축으로 서울옥션과 미협 작가들, 교수, 문광위 국회의원들이 간담회를 열고 양도세 도입에 관해 논한다. 9월 정기국회를 감안, 당장 이번달부터 가시적인 행보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싱가포르에 크리스티와 소더비 등 세계 유수의 경매회사들이 있었는데 2002년 홍콩이 거래세와 관세 폐지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다 그쪽으로 넘어갔다"며 "세금은 미술계의 생사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개인이 미술품을 판매할 때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다만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화랑이 소장 미술품을 판매할 때는 종합소득세가 매겨진다. 미술작품 판매를 통한 수익을 사업소득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또 법인이 판매할 경우 양도차익에 대해 법인세가 부과된다.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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