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현대인들도 옛 선조들이 즐겨 마셨던 약주를 쉽게 맛볼 수 있을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은 11일 고려시대부터 전해오던 우리술 ‘녹파주(綠波酒)’와 ‘아황주(鴉黃酒)’를 복원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복원한 녹파주는 맑고 깨끗한 선비의 지조가 서려있는 술이다. 거울에 비치는 푸른 파도를 보는 듯 맑다고 해 ‘경면녹파주(鏡面綠波酒)’라 불리며 실제 술을 빚어보면 푸른빛을 띤다.
녹파주는 곱게 가루를 내 반죽한 멥쌀과 누룩가루, 밀가루를 섞어 항아리에 넣고 3일 후에 찹쌀로 고두밥을 지어 섞은 다음 서늘한 곳에서 10일 정도 발효시키면 완성된다.
누룩취가 적어 깔끔한 맛이 특징이며 양념갈비, 삼겹살, 양념치킨 등 육류음식을 먹을 때 곁들여서 마시면 좋다고 농진청은 설명했다.
조선시대 규방여인의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아황주는 발효기간이 짧고 술 빛깔이 다른 어떤 약주보다 진한 황색이며 단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아황주는 곱게 가루를 내 반죽한 멥쌀에 누룩가루를 섞어 항아리에 넣고 여름에는 3일 후에, 봄·가을에는 5일 후에, 겨울에는 7일 후에 찹쌀로 고두밥을 지어 섞은 뒤 서늘한 곳에서 7일 정도 발효시키면 완성된다.
고두밥을 짓지 않고 술을 빚음으로써 에너지(불) 사용이 적은 친환경 녹색기술로, 간단한 다과류 등 가벼운 음식과 함께 마시면 제격이다.
현재 녹파주는 지난 5월 특허출원이 완료돼 6월에 기술이전을 거쳐 일반 국민들이 쉽게 맛볼 수 있도록 실용화된 상태다. 지난 7월말 특허출원을 신청한 아황주도 현장접목 연구를 거쳐 전통주 생산업체와 농촌체험장에 기술이전을 추진 중에 있다.
한귀정 농진청 발효이용과장은 “전통주는 일반 주류와는 달리 제조시 100% 국산 원료를 사용함으로써 우리 농산물 소비촉진에 효과가 크다”며 “앞으로 전통주산업은 쌀 등 우리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고 농가 소득을 올리는 새로운 녹색 성장 동력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진청은 우리 전통주의 맥을 잇고 전통주 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농식품부에서 발표한 ‘우리술 경쟁력 강화방안’의 일환으로 산가요록 등 고문헌에 수록된 전통주를 복원하고 현대화하는 ‘우리술 복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012년까지 총 15개 전통주 복원을 목표로 해마다 2~3종의 우리 옛 술을 발굴·복원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삼일주’와 ‘황금주’를 복원한데 이어 2009년 녹파주와 아황주를 복원해 이번에 실용화에 성공했다. 현재는 맛과 향이 풍부한 ‘도화주’, ‘석탄주’, ‘벽향주’ 등 3개 전통주를 복원 중이다.
농진청의 이러한 우리 술 복원은 오랜기간 축적된 우리술 양조법에 숨어 있는 선조들의 지혜를 찾아내고, 과학적 해석을 통해 현대인의 취향에 맞는 양조기술을 개발, 전통주 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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