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재정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올 들어서만 은행 대출을 1조원 가까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은행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방정부의 은행예금취급 대출 잔액은 5월 말 현재 2조4639억원(말잔)으로 지난해 말(1조5554억원)보다 9085억원(58.41%) 급증했다. 전년 동기(1조5110억원) 대비로는 9529억원(63.1%) 늘어난 규모.
지자체의 은행대출 잔액이 2조원대로 올라선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2006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절대치는 물론 전체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16개 광역자치단체의 총부채는 25조원. 은행대출의 비중은 9.9%다.
지자체는 주로 지방채 발행이나 중앙정부 지원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은행대출 비중이 5%를 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이처럼 은행대출이 갑자기 불어난 것은 각 지자체가 과도한 재정지출로 바닥난 곳간을 채우기 위해 은행에 손을 벌렸기 때문이다.
김호영 서울시 재정과장은 "지자체는 지방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은행대출 1조원 증가는 상당한 규모"라며 "올 들어 일부 지자체의 자금흐름이 원활치 않아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은행대출에 집중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ㆍ2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산을 조기 집행하는 등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도건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3월 이후 지자체의 단기부채가 증가한 것은 각 지자체 단체장들이 지방선거에 발맞춰 돈을 많이 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자체가 돈을 풀기 위해서는 지방채를 추가로 발행하거나 예산을 전용해야 한다. 하지만 사전에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이에 비해 은행대출은 별다른 규제 없이 '급전'처럼 빌려 쓸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은행대출이 지방채 등에 비해 금리가 높아 향후 지자체의 재정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의 조달금리가 지방채보다 높은 데다 가산금리까지 붙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과 지자체 간 조달금리는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지자체가 지방채를 대신해 대출로 자금을 조달한다면 비용부담 증가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채 수익률은 만기에 따라 4~6%로 서울ㆍ경기도 등 주요 지방채 수익률(3~4%)보다 1~2% 가량 높다.
한편 서울시 등 주요 지자체는 이번주 의회 감사를 마치고 다음주 과도한 부채규모와 단기차입 등을 정리하는 내용의 재정건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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