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 하면서 건설업체들이 주택사업을 뒤로 미루거나 아예 사업을 포기하고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건설 실적이 급격히 낮아진 데다 올해 상반기 주택 인·허가 실적도 올 전체 목표의 4분의 1에 불과해 향후 2~4년 후 입주물량 부족이 우려되고 있다.
또 4~5년 후에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인 택지지구 지정실적도 갈수록 줄고 있어, 경기회복 이후 주택 공급 및 입주물량 부족으로 인해 주택시장이 불안해 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주택 인·허가 실적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매년 43만~67만 가구 정도를 유지했지만 세계 금융위기가 몰아친 2008년에는 37만 가구, 지난해 38만 가구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전국 주택건설 인·허가 규모는 총 11만309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5% 늘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6만5180가구로 약 37% 정도 늘었고 지방은 4만5129가구로 12.1% 감소했다.
전체 인·허가 실적은 소폭 늘었지만 아파트는 16.2% 줄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동기의 68%에서 51%로 급락했다. 반대로 단독·다세대·연립 등의 인허가 실적은 69.2% 늘었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올해 목표로 제시한 40만 가구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주택건설 인·허가 건수는 목표의 절반 정도에 그쳐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인·허가를 취득한 사업 중 상당수는 실제 착공으로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주택사업 인·허가를 받은 업체들은 빠르면 3~4개월, 늦으면 2년 정도 후에 착공에 들어간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업체들이 인·허가만 받아 놓고 사업을 최대한 미루거나 아예 토지를 매각해 버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중견 주택업체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땅만 갖고 있으면서 높은 금융이자만 부담하고 있어 우선 인·허가 만이라도 받아 놓자라는생각"이라며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사업을 진행해 현장과 인력을 계속 돌리거나 아니면 아예 사업을 다른 곳에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도 "올해 상반기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이 늘기는 했지만, 이는 시장이 회복되고 있다기 보다는 자금 조달을 위한 건설사의 고육지책일 수 있다"며 "특히 내용면에서도 기존 아파트에 대한 인·허가 건수는 크게 줄고 도시형 생활주택 등의 소형 주택은 증가하는 등 전체 구조도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택지지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택지는 말 그대로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으로 주택 공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택지지구는 보통 지정 후 3~4년 후에 준공되며 여기에 주택 건설 기간을 더하면 지정부터 실제 주택 공급까지는 약 5~6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요즘처럼 주택시장이 불황일 때는 택지가 모자라도 상관없지만 향후 시장이 회복기에 들어서면 집을 짓고 싶어도 땅이 없어 못 짓게 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택지지구 지정실적은 지난 2005년 5789만㎡로 최고조에 달한 이후 계속 감소 추세에 있다. 세계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지난 2008년에는 전년(5681만㎡) 대비 82% 급감한 1007만㎡ 지정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다시 2611만㎡로 늘었지만 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를 풀어 공급하는 공공주택 단지인 보금자리주택 1·2차 지구 면적 1696만㎡를 제외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민간 건설사가 이용할 수 있는 택지지구 면적은 총 915만㎡ 정도로 지난 2008년보다도 적은 수준인 것이다.
보금자리주택지구의 약 30% 정도가 민간건설사 몫이지만 이를 포함하더라도 신도시 등의 일반 택지지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올해는 현재까지 지정된 택지지구 면적이 약 2879만㎡로 지난해보다 많다. 하지만 이중 지난 5월 지정된 보금자리주택 3차지구 2126만㎡가 전체의 74%에 달하며, 나머지는 인천 검단2지구 694만㎡와 전남의 순천 오천지구 59만㎡에 불과하다.
여기에 앞으로는 택지지구 지정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택지지구 개발사업의 주요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SH공사 등 주요 공기업이 막대한 재정부채 부담으로 각종 사업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LH공사는 전국 전국 414곳의 사업장 중 100여 개에 이르는 사업에 대해 시기조절이나 취소여부에 대해 검토 중이다. 부채가 118조원이고 이자만 하루 100억원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주택경기의 심각한 침체로 택지지구 지정도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민간 택지지구 지정이 계속 줄어들면 향후 주택경기가 회복됐을 때 집 지을 땅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택지지구 지정이 줄고 있지만 이는 주택장기공급계획에 따른 것"이라며 "택지지구 지정권한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되기 때문에 LH 등의 부채 문제가 향후 택지개발에 장애물로 작용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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