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은행권, 외화 단기 차입규모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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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8-1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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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 산은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글로벌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은행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은행이 경기변동 폭을 키우는 장본인이라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은행이 해외단기자금을 마구 끌어다 쓰면서 애꿎은 국내경제가 피해를 본다는 논리이다.

은행은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경기 상승기에 대출을 늘린다. 그러다 경기가 하락할 때에는 대출을 줄인다. 결과적으로 은행이 경기상승과 하강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대출 재원이다. 가계 저축에서 비롯된 예수금만으로 대출 재원을 마련했다면 은행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이렇게까지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국내 은행들은 2005년 이후 대출을 급격히 증가시켰다. 이 과정에서 가계로부터의 예수금이 부족하자 외화차입금을 끌어다 썼다. 급격하게 증가하는 대출수요를 메우기 위해서였다.

자본시장이 개방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은행권 비예금성 부채는 대부분 외화 단기자금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기침체 시 전 세계적인 디레버리징(자산감소)이 시작되면 이러한 단기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금융위기’와 ‘외환위기’라는 이중의 위기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즉, 금번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여 은행권이 급속히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은행들은 일차적으로 유동성위기에 직면하며, 이어 국내 자본이 급속히 대외로 유출되어 국내 외환시장의 경색을 맞게 되는 것이다.

이번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발생한 자본 유출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더 큰 규모였다. 이에 따라 급속한 자본유출입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정책 당국은 이러한 자본유출입 구조를 적절히 통제하기 위해 은행세를 구상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은행세 부과는 외화차입을 포함한 비예금성 부채에 부과하는 금융 안정분담금 방식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급격한 자본유출입을 제어하여 금융시장, 외환시장, 국내경제의 안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근본적 목표이다.

이미 대다수의 선진국들은 은행세 도입을 추진 중이다.

지난 6월 토론토 G20 정상회의로 은행세 도입 문제가 국제 공조 대신 각국 독자 추진으로 방향이 설정된 후 캐나다, 호주를 제외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은행세 도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2011년 1월부터, 프랑스와 독일도 2012년 1월부터 은행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정책 당국은 다른 국가들의 추진 경과를 보면서 시기와 방법을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세가 도입된다면 특수은행과 외은지점에 대한 영향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은행세는 비예금성 자금의 조달비중이 높은 특수은행과 외은지점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고 시중은행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낮을 전망이다.

은행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다르므로 과세 대상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스웨덴의 경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웨덴은 지난해 4월 은행세 도입에 착수해 10월 금융안정기금을 마련했는데 총부채에서 자본, 일부 후순위채, 정부보증부채를 제외한 부분을 과세대상으로 확정했다.

국내에 도입될 경우 스웨덴처럼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보증하는 정부 보증채는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이용우 산은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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