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조선ㆍ해운업계에 따르면 강덕수 회장과 이진방 회장은 지난 9일 중국 다롄 샹그릴라호텔에서 만찬을 열고, 상호협력방안에 대해 깊이 있는 교감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인 10일에는 강 회장과 이 회장이 오찬을 함께 하고, 이날 오전 STX다롄조선소에서 열린 '글로벌 프론티어'호와 '글로벌 제네시스'호의 명명식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결국 이들은 이틀 동안 동행하며 우애를 과시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STX와 대한해운이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한해운은 지난 2007년 총 6척의 선박을 발주하며, STX다롄조선소가 조기 정상화되는 데 큰 도움을 준적이 있다.
STX다롄조선소가 지난 4월 중국 정부로부터 대형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승인을 받은 점도 양사의 밀원관계를 더욱 두텁게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국은 자국 건조능력을 조절하기 위해 STX다롄조선소의 최대 건조선박 규모를 10만 DWT(재화중량t수)로 제한해왔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벌크선 규모가 대형화되고 있는 최근 해운업계의 추세를 고려했을 때, 대한해운이 향후 발주시 가격 경쟁력을 갖춘 STX다롄조선소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한 강 회장이 이 회장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회동을 가졌다는 분석도 오고 있다.
STX다롄조선소에 발주한 대한해운의 선박이 현지 악천후로 인해 인도시기가 예정보다 6개월 정도 늦어지는 일이 있었다. 이로 인해 대한해운은 화주와의 계약이 취소될 위기까지 몰렸었다. 이런 이유로 강 회장이 이례적으로 선박 명명식에 참석하는 등 이 회장과 동행했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업계에서는 강 회장과 이 회장의 만남을 조선업계과 해운업계가 상생의 길을 모색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국내 조선업체들과 해운사들은 협력관계보다는 각자의 길을 걸어 왔다. 시황이 최악의 침체기였던 지난해에는 '해운이 살기 위해서는 조선이 죽어야 한다'는 말이 오갈 정도로 극한 대립 관계에 놓인 적도 있었다.
해양산업 강국인 일본의 자국 선사와 조선소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동반성장을 하고 있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조선사와 국적선사들이 협력을 통한 선순환구조를 갖춘다면 시너지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며 "최근 급성하고 있는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조선업을 대표하는 인물인 강덕수 회장. 선주협회장이기도 한 한국해운의 맏형 이진방 회장. 조선업계과 해운업계의 상생을 위한 단초를 마련한 이들의 만남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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