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1) 한 시중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을 신청한 남 모씨(37)는 급전이 필요해 다른 은행에 예치해 둔 예금을 담보로 100만원의 담보대출을 받았다. 보름 후 전세자금대출 심사는 통과했지만 금리가 당초 예상보다 2%포인트 인상됐다. 담보대출을 받는 바람에 신용등급이 4등급에서 6등급으로 추락한 탓이다.
#2) 일용직 근로자인 김 모씨(42)는 6등급으로 햇살론 신청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비교적 낮은 금리로 생계자금을 빌려준다는 말에 신용등급을 낮춰 서민금융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김씨는 보유 중인 신용카드로 카드론을 신청해 신용등급을 7등급 이하로 낮추고 햇살론을 빌려 기존 대부업체 대출을 갚을 계획이다.
자고 나면 달라지는 신용등급에 서민 가계가 흔들리고 있다. 산정 기준도 명확치 않아 마음 먹고 신용도를 관리하기도 쉽지 않다.
소액대출 때문에 신용등급이 급락해 금융거래에 불이익을 받는가 하면 악의적으로 등급을 조작해 서민금융 대출에 가입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신용등급이 너무 급격히 오르내린다는 것이다.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 받으면 1등급 오르고, 한도를 꼬박 채워 결제하면 2등급 떨어지고, 거래실적이 쌓여 카드 한도가 높아지면 1등급 오르고, 안전한 예금담보대출을 받아도 2등급이 떨어지는 식이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금융감독원 신용정보업팀 관계자는 "신용등급 변동폭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신용등급 산정 방식을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대상이 너무 많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오르고 떨어지는지 개인들이 알기는 어렵다"며 "신용평가사가 활용하는 정보가 너무 다양해 일일이 규제하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특히 금융회사들이 출자해 설립한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 대한 불만이 높다. 다른 신용평가사보다 변동폭이 훨씬 크다는 이유다.
이는 KCB가 연합회는 물론 개별 은행으로부터 방대한 양의 개인정보를 제공받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연합회는 모든 신용평가사에 동일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KCB는 연합회 외에도 각 은행으로부터 추가 정보를 받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금융거래 정보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활용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예컨데 떼일 염려가 없는 예금담보대출과 리스크가 큰 신용대출을 동일한 항목으로 묶어 등급 하향조정 요인으로 분류하는 식이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 신용정보기획팀 관계자는 "정보를 계좌별로 분류하지 않고 인(人)별로 분류하다보니 대출 항목을 세분화하기 어렵다"며 "금융당국과 은행권 등에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기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용등급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 각종 서민금융 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햇살론을 판매 중인 농협의 한 관계자는 "아직은 시행 초기로 신용등급 조회를 통해 리스크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며 "다만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억지로 대출요건을 맞춰 신청하는 등의 악용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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