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미국 금융통화 당국이 경제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하면서 세계 경제가 이중침체(더블딥)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국도 물가 급등 속에 경제지표들이 악화되면서 성장속도가 더뎌지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ㆍFed)는 10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최근 몇개월 사이 경기회복세가 둔화됐다"며 "회복세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완만해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준은 초저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 더 연장하기로 하고 만기가 돌아와 현금화한 모기지채권으로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추가부양에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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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지역) 중앙은행 보유 채권 규모(단위: 조달러/출처: WSJ) |
앞서 연준은 장기 금리를 낮추기 위해 돈을 찍어 모기지채권과 국채를 매입했지만 유동성을 회수하는 출구전략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지난 3월 채권 매입을 중단했다. 그 사이 연준이 보유한 채권 규모는 금융위기 전 8000억 달러에서 2조 달러 이상으로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2~10년 만기 국채를 사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이 채권을 재매입하기로 방침을 바꾼 것은 디플레이션 우려 탓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연준도 이날 성명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은 상당 기간 억제될 것"이라면서도 "높은 실업률과 완만한 소득증가, 유동성 부족 등의 이유로 가계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스캇 매터 글로벌포트폴리오 사업 부문 책임자도 이날 "미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크게 늘면서 부동산과 주식가격이 급락하고 미 국채 가격도 더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미국의 경기침체는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현재 미국 경제는 1990년대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10년'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자산가치가 떨어질 경우 강력한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며 "시장에서는 자산 가치의 하락세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핌코 최고경영자(CEO) 역시 최근 "미 경제가 더블딥에 진입할 가능성이 25%로 커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중국 경제도 최근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사이 다른 경제지표들 역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1일 7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3%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 2.9%에서 0.4%포인트 오른 것으로 21개월래 가장 높은 수치다. 야채 등 식품 물가가 7% 가까이 오르며 급등세를 주도했다.
이날 함께 발표된 고정자산투자 및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하락세를 나타냈다. 7월 산업생산은 1년 전에 비해 13.4% 증가했지만 전월에 비해서는 0.3% 떨어졌고 소매판매 증가율은 시장 전망치(18.4%)와 전월(18.3%)보다 못한 17.9%에 그쳤다.
셩라이윈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올해 물가안정 목표치인 3%는 충족할 수 있겠지만 곡물가격 상승, 임금인상 등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는 불확실성도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차오위안정 중인국제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PI가 아직 최고점에 도달했다고 볼 수 없으며, 3.5%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하반기 중국 정부가 긴축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 경제 성장세는 눈에 띄게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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