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한국증시, 조정없이는 상승랠리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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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9-0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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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범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우리는 6월이 시작되면서 한국 경기 모멘텀의 둔화가 주식시장에 반영되어 조정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그 후 글로벌 주식시장은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약화되고 전세계적인 기업실적 호조가 이어지면서 상승세를 이어갔으며, 특히 한국 주식시장은 5월말 이후 1641pt에서 연간 신 고점을 경신하며 1797pt까지 9.5% 상승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진정된 가운데 글로벌 랠리를 견인한 것은 예상을 상회하는 2분기 기업실적 호조였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실적이 호조를 나타낸 이유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첫째로 경기회복세가 진행되면서 위축됐던 소비가 pent-up demand로 일시에 표출됐고, 둘째로 기업들의 재고조정 사이클이 종료되면서 재고확보가 활발하게 진행됐으며, 셋째로 설비투자가 위축되면서 기업들이 현금보유량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조정 없이 한국 주식시장의 상승랠리가 연말까지 지속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2010년 하반기에 미국과 유럽 경기가 둔화국면에 진입하면서 글로벌 경기둔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기업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기가 둔화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기업들이 수익을 투자하고, 투자가 고용을 창출해서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사이클이 훼손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기업들이 역대 최고 수준의 현금보유량을 유지하고 있으나 실업률은 9%를 상회하면서 기업과 가계 간의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서 미국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2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기업의 5.7배이기 때문에 소비 위축은 전체 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미국 소비가 위축된 이유는 금융위기 이후 고용이 회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5~6년간 미국은 부동산과 금융시장의 버블이 진행되면서 이 두 업종의 취업자가 급등했다.  그러나 이 두 업종은 금융위기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 고용이 급락했다.  더구나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건설과 금융업종의 취업자는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전반적인 실업률이 높은 수준에 정체됐다.

미국 내에서 고용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것은 정부와 기업 활동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사상 최대의 경기부양책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들은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실적호조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동률이 낮기 때문에 신규 설비투자에 대한 욕구가 적다. 또한 향후 선진국들이 저성장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신규투자는 시장성장성이 확보되는 이머징국가들에 집중되고 있다. 이는 고용시장의 정체국면을 연장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구나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의 높은 부채수준과 재정적자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경기회복세가 위축되면서 재정긴축이나 통화긴축을 진행할 여지가 적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세금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세금인상의 경우 소비와 투자를 동시에 둔화시키기 때문에 경제에 부정적이다.

유럽국가들은 2010년 초부터 시작된 남유럽 재정위기 진정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7500억 유로의 긴급구조자금이 조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뚜렷하다. 이미 유럽국가들의 전반적인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성장이 정체되어 있는 유럽국가들이 재정적자와 높은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긴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결과 유럽의 주요국가들이 긴축안을 발표했으며, 향후 글로벌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확장정책을 쓰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우리는 주식시장이 이와 같은 글로벌 이슈들에 대해서 반응할 것으로 판단하며, 그 시기는 글로벌 경기둔화가 시작되는 2010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과 같은 수출주도형 경제들은 글로벌 경기둔화의 여파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주식시장의 방향성과는 상관없이 경쟁력이 좋아지는 기업들에 유리할 전망이다. 특히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고 리스크 측면에서 안정성이 높은 대형 가치주에 관심을 가질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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