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미술 관계자들과 학계, 정책입안자들이 모여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현황과 문제점을 논의하는 간담회가 12일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위원장과 한선교·나경원·조진형 의원, 표미선 한국화랑협회 회장(표갤러리 대표), 박우홍 부회장(동산방화랑 대표), 우찬규 부회장(학고재 대표), 이옥경 사업이사(가나아트 갤러리 대표), 이화익 홍보이사(이화익 갤러리 대표), 이호재 가나아트센터 회장,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이사, 김윤섭 미술평론가(한국경영연구소 소장), 노준의 한국사립미술관협회 회장, 차대영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이광수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미술품 양도세 부과안이 시기상조라는 데 대해 의견을 같이했다.
표미선 화랑협회 회장은 "양도세 부과는 오는 9월 열리는 키아프(한국국제아트페어)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우리나라 미술시장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규모와 구조가 성숙할 때까지 양도세 시행을 보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미술 시장은 규제가 아니라 육성이 필요한 아주 초기 단계의 시장"이라며 "올해 5월 중국 폴리 옥션에서 황팅지엔의 '디주밍'이 701억원에 낙찰됐는데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경매 총 거래금액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옥션이 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 서울옥션에서 낙찰된 작품 수는 총 646점이다. 그 중 양도세를 적용받는 작품은 29점(4%) 정도다.
하지만 금액기준으로 따지면 총 낙찰가액의 56%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이 대표는 "개인 컬렉터 비중이 88%를 차지하는 등 국내 미술시장은 양도세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며 "양도세가 시행되면 오히려 공개시장이 위축되고 음성거래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섭 미술평론가(한국미술연구소 소장)도 양도세 부과에 반대입장을 밝히며 '세수확보'라는 양도세 부과의 근본 취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소장은 "세금을 걷는다는 의미는 고정적인 수익이 나올 수 있는 시장환경이 갖춰져 있다는 뜻"이라며 "과연 미술계가 그런 체계를 현재 갖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여러나라가 문화산업을 바탕으로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미술에 대한 기대와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과세 시점을 내년으로 잡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덧붙였다.
이호재 가나아트갤러리 대표도 "한 나라의 작가가 받는 그림값은 해당 국가의 국격과 품위를 말해준다"며 "20~30억 세수를 걷으려고 양도세를 실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화익 이화익갤러리 대표 역시 "세금문제는 아트페어 성공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예를 들어 상해는 외국 화랑이 자국 작품을 구입할 경우 33%의 세금을 매기고 있어 추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예산부족을 지적하며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책도 요구했다.
박우홍 화랑협회 부회장은 "미술 전시회를 열려고 해도 적절한 전시장이 없다"며 "코엑스나 킨텍스 같은 전시장도 보통 대관료가 3억원, 시설 및 장치비가 3억 5000만원, 부대비용까지 포함하면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게 사실"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지난해 운영비용을 축소해서 수익을 냈는데 정부쪽에서 지원금을 끊는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며 "오는 9월 열리는 키아프도 생사의 기로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예산정책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우창규 화랑협회 회장도 "국립 및 사립미술관이 생겼을 때 세제혜택을 주는 등 직접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밖에도 미술시장 저변확대, 작가들의 복지문제와 낙후된 디자인 시장 활성화 문제 등이 논의됐다.
이날 간담회를 주관한 정병국 문방위 위원장은 "양도세는 기획재정위원회 소관 법이기 때문에 이들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현장에서 종사하는 미술 관계자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들을 수 있는 뜻 깊은 자리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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