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비서실을 시작으로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로 명칭을 바꾸며 삼성의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전략기획실은 49년 동안 그룹의 핵심 의사결정기구로 자리했다.
출범 당시 비서실은 그룹의 대본영 역할과는 거리가 있었다. 제일모직 총무과장 출신인 이서구씨가 초대 실장을 맡으며 출범한 비서실은 병철 선대회장의 동선과 의전 등 말 그대로 비서실의 역할에 충실했다. 비서실 인원도 20여 명에 불과했다.
비서실이 본격적으로 삼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것은 소병해 실장 이후부터다. 1978년부터 1990년까지 12년 동안 소 실장의 지휘 아래 비서실은 15개 팀 250여 명 규모로 확대됐다. 업무 역시 크게 확대됐다.
해외 정보수집은 물론 인사·감사·재무·기획·홍보·관리에 이르기까지 그룹 전 계열사의 주요 거시 경영 전반을 다루는 컨트롤타워의 위상을 갖게 된 것.
이병철 선대회장의 신임 아래 그 세를 늘리던 비서실도 1987년 이건희 회장 취임 이후 규모가 축소됐다. 역할 역시 줄어들었다. 오랜 기간 비서실의 이끌며 그룹의 실세였던 소병해 실장은 1990년 자리에서 물러났다. 소 실장 퇴진 이후 비서실은 10개 팀 130명 규모로 축소됐다.
하지만 1998년 비서실은 구조조정본부로 명칭을 변경하고 다시 그룹 경영 전반에 나서게 됐다. 1997년 외환위기 사태 이후 그룹 경영을 통합하는 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요구에 의한 것이다.
초대 본부장은 이학수 전 부회장이었다. 이 부회장은 그룹을 성공적으로 IMF 위기에서 구출했다는 평을 받으며 2008년 비자금 파문으로 물러날 때까지 10년 동안 삼성 컨트롤타워의 수장직을 맡았다.
‘X파일’ 사건으로 인해 구조본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높아지면서 2006년 3월 결국 구조본은 전략기획실로 명칭을 바꿨지만 여전히 이 부회장은 전략기획실 실장을 맡으며 그 역량을 강화했다.
전략기획실은 전략지원팀·인력지원팀·기획홍보팀 등 3개팀 100여명으로 기존 구조본(1실 5팀, 147명)에 비해 규모와 역할이 줄었지만 오히려 삼성의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전략기획실은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시작된 비자금 파문으로 결국 2008년 7월 전격해체됐다. 전략기획실의 핵심인사였던 이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도 퇴진했다.
이후 삼성은 사장단협의회와 협의회 산하 복수의 위원회를 꾸리며 컨트롤타워의 공백을 메워왔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룹 내에서 조직화된 컨트롤타워 부활에 대한 요구가 계속 돼왔다.
그리고 이번 사면 이후 법적 부담에서 자유로워진 이들 전략기획실 핵심 인사들이 다시 경영에 복귀하며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을 이끌지에 대해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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