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자본시장통합법이란 규제 완화 정책에 국내 대형 금융투자회사들은 많은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글로벌 IB를 키우기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순자본비율(NCR) 규제다. NCR은 유동성 자기자본(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눠 구한다. 총위험액엔 고객 예탁금이나 운용사 펀드 수탁고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투자를 일으킨 데 따른 위험액 또한 들어간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해외투자 확대시 그 규모에 비례해 애초 기준인 NCR 150%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도록 규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NCR 150%를 밑도는 증권사나 운용사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 권고를 받는다. 120% 미만이면 합병 또는 영업양도 처분이 내려진다. 증권사들이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려고 해도 규제가 허락치 않는 것이다. 실제 해외법인 자기자본이 가장 많은 미래에셋증권(4092억)과 삼성증권(2124억원)의 경우 NCR 규제에 탓에 답답한 속만 끓이고 있다. 해외투자를 확대해도 부족할 판국에 NCR규제를 맞추기 위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만난 한 국내 증권사 현지 법인장은 국내 IB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이 뭐냐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한정된 자본력"을 꼽았다. 현재 국내 증권사들의 투자여력을 다 합쳐도 골드만삭스 하나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은 한가하게 "NCR규제가 아니면 재무건전성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가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불합리한 규제를 그냥 두고 '금융계의 삼성전자'를 기대하는 것은 우물 앞에서 숭늉을 기대하는 것과 다름 아니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adonius@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