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지난해 말 이건희 회장 사면에 이어 13일 이학수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이 사면되면서 삼성이 비자금 파문과 관련한 부담을 덜게 됐다.
이를 통해 삼성은 지난 2년 동안 단기적 변화에 따른 시나리오 경영에서 벗어나 10년, 그 이상을 내다본 장기경영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은 경영 복귀 이후 “지금이 진짜 위기”라며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10년 후면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삼성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쟁사들이 부진하는 사이 글로벌 경제 회복을 이끌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은 ‘위기론’을 강조하며 쇄신을 강조했다.
이는 19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빠꾸자”는 이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에 비견될 정도였다. 이를 전후해 삼성의 변혁은 빠르게 진행됐다.
삼성전자는 김순택 부회장을 수장으로 하는 ‘신사업추진단’을 출범했다. 이후 국가의 미래 먹을거리를 준비하겠다는 각오였다. 아울러 올해에만 26조원의 투자를 단행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금융계열사들도 일류화 추진을 위한 점검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로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미래를 위한 장기경영 수립에 부족하다는게 삼성 안팎의 분석이다. 2008년 7월 전략기획실 해체 이후 그간 삼성의 중장기 비전을 설립하고, 이를 조율해온 컨트롤타워 부재가 걸정적인 걸림돌이라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연매출이 수백조원에 달하는 삼성그룹이 수많은 계열사를 통합.관리할 수 있는 장치가 절실하다”며 “때문에 컨트롤타워 재건을 위한 삼성의 고민이 계속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 역시 최근 주력 사업에 대한 점검에 나서며 이를 토대로 한 일류화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 이 같은 작업을 토대로 일류화추진단(가칭)을 신설,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길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이르면 연말께 신설될 것으로 보이는 일류화추진단은 각 계열사의 사업을 통합하고, 선택과 집중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사장단협의회와 산하 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간 사장단협의회는 전략기획실의 공백을 메워왔지만 현실적 제약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주력사업과 관련 계열사에 대한 조정도 전망된다. 각 계열사들이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 하기 위해 통합과 분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LED,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분사와 삼성디지털이미징의 삼성전자 통합 등 계열사 조정을 시행하고 있다.
이같은 조정이 일류화추진단의 경영방안 발표와 함께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좌절됐던 항공기 산업에 대한 재진출도 그룹 내부에서 심도있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금융계열사들의 사업 확대와 세계 정상 수준인 전자·중공업 산업의 각 사업별 일류화 역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삼성 관계자는 “각 사업에 대한 점검은 상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일뿐 이를 통한 조직개편 가능성을 논하기는 너무 이르다”며 “컨트롤타워의 역할과 이를 통한 장기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지만 서둘러 진행하기 보다는 충분한 검토와 시기적 적절성을 고려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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