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파워]미혼모 출산, 손가락질이 아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해


수원 강남여성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성영모

열대야가 심해 잠 못 이루고 있던 차에 병원에 걸려온 한통의 전화…. 얼마전 진료를 본 미혼모였다. 앞뒤 생략하고 지금 진통이 7분 간격인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겁나고 무섭고, 엄마가 알면 큰일나요…. 다급하면서도 우는 목소리였다.

잠시 후 병원에 왔는데, 혼자 택시를 타고 왔단다. 얼굴은 잔뜩 긴장되어 하얗게 변해 있었고, 밑으로 물이 흐른다고 했다. 배는 그리 커 보이지 않았는데, 상당히 커다란 통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봐서 80%이상 자궁 문이 열렸으리라 판단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병원에 도착한 지 채 30분도 되질 않아 건강한 딸아이를 낳았다.

보호자 한분이 뒤늦게 오셨는데 엄마가 아닌 숙모분이셨다. 며칠 전에도 함께 자리를 했었는데 조카가 산부인과에 왜 왔는지조차도 모르고 계신 듯했고, 곧 출산을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에 무척 당황해 하셨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산모의 어머니는 산모가 어릴 적 이혼을 하신 후 식당 매니저 일을 하시면서 힘들게 아이들을 키우셨는데, 자녀 교육에 엄격하신 모양인지 산모의 이야기를 하게 되면 집안이 난리가 날 것이라며 차마 연락도 못하고 발만 구를 뿐이었다. 결국 원내에서 미혼모의 출산 및 양육을 도와주는 사회복지센터 직원분을 소개시켜 주고, 상담을 받을 수 있게 연결을 해주었다.

미혼모 출산의 경우 출산전 산전검사와 출산 후 육아 상담을 받게끔 해주는 복지시설을 이용하게 되는 미혼모는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위의 사례처럼 미혼모 중에는 임신과 출산에 무방비로 방치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안타까운 상황을 겪을 때가 많다.

임신은 계획된 임신이어야 한다. 적어도 정상적인 가정 혹은 결혼 할 상황에서 아기를 가져야 그 아기도 축복을 받으면서 태어날 수 있고, 동시에 엄마와 아빠를 혈육으로 맺게 해 주며, 그 울타리 속에서 소중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여건 속에서 태어난 생명 역시 소중한 인격체임은 분명하다. 홀로 힘들게 출산을 한 미혼모와 새로 태어난 아기 모두 지금은 힘들고 쓰린 상처를 지니고 있지만 그 상처를 보듬고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기회와 도움의 손길이 많아지는 세상이 어서 빨리 되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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